리처드 태러스킨의 서양음악사 시리즈
Richard Taruskin, “Oxford History of Western Music: Music in The Nineteenth Century”,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paperback edition).
竹中亨, 『明治のワーグナー・ブーム: 近代日本の音楽移転』 ,中公叢書, 2016.
서구화가 진행되던 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일명 ‘바그너 붐’ 현상에 접근했던 역사학자 타케나카 토오루는 “매체가 없던 시절 공연을 볼 수도 없고 음악을 듣기도 어려웠던” 당시의 일본인들이 ‘글’만으로 바그너를 접하고 논했던 상황의 ‘기묘함’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한다.
그러나 한스 큉의 “음악과 종교"를 읽다 보면 애초에 바그너 자신이 음악만큼이나 다수의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사실은 메이지 시기와 일부 겹쳐 있기도 한) 당대의 독일어권에서도 바그너의 ’글‘이 갖고 있던 영향력은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옥스퍼드 출판사에서 기획한 다섯 권, (초판 출간 시 여섯 권), 무려 4천 페이지 분량의 서양음악사 집필을 맡은 태러스킨(Richard Taruskin, 1945-2022)은, 서구 음악사의 시작점을 초기의 ’기보‘에 두고, 서양음악사가 곧 ‘기록과 해석’literacy의 역사임을 강조한다. 또한 유명 작곡가들과 그들이 구축한 음악양식의 역사를 중심으로 관련 레퍼토리들을 다루는 음악사 서술을 흔히 접할 수는 있어도, 정작 그러한 음악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한다. 음악을 듣고 ’보는‘ 일이 익숙한 ‘매체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읽어야만’ 하는 범주에 속하는 음악의 비중이 적지 않음을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분량만으로 압도되는 시리즈 중에서도 세 번째 권에 해당하는 19세기 음악을 축으로 마지막 두 권을 20세기에 할애하고 있다는 점도 그동안의 음악사 구성과 구분된다.
클래식 음악이라면 으레 따라 붙는 ‘수업’이나 ‘강의’ 같은 주입식 지식에서 한 발 물러나, 동시대의 논쟁거리들을 비롯해 더욱 적극적으로 묻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도전적이다. (아울러 메이지 일본의 로쿠메이칸 시기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서양음악‘ 학습을 시작하던 바로 그 시기의 ‘서구’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에도 도움이 되는 문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