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9년째 성경 통독을 하며
두 아이가 4,5살 때부터 매일 아침 함께 성경을 읽었다. 그렇게 매년 성경을 일독하는데, 지금은 9번째로 중국어 성경을 읽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중국어 성경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 요청이 있어, 성경책 사진을 찍어 보냈다. 한동안 성경책을 만지작거리며 찬찬히 살펴보았다. 핀인*이 있는 성경은 깨끗하다. 갖고 있던 성경을 모두 나눔 하고 최근에 다시 샀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성경을 살 수 없다.) 핀인이 없는 성경은 너무 낡아서 나눔 하지 못했는데, 덕분에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낡은 성경에는 아이들이 어릴 적에 남긴 낙서가 많이 남아 있다. 낙서를 볼 때마다 흐뭇한 마음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누군가는 ‘어떻게 감히 성경에 낙서를!’ 하며 혼내주라고 조언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들이 성경을 친구처럼 가깝게 여긴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성적이 나쁘다고 무서운 벌을 내린다면 당장 얼마간 아이의 성적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벌이 사라지면 아이는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아이가 공부 자체의 기쁨을 맛본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를 한다.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건 무서운 벌이나 두려운 권위가 아니다. 사랑이나 기쁨을 느낄 때 다른 상이 없어도 오래 할 수 있고, 그 행동이 진정 내 것이 된다. 말씀을 읽고 그대로 살아가는 일이 아이들에게 두렵고 무서운 일이 아니라, 다정하고 기쁜 일이었으면 한다.
마침 아이가 귀여운 그림을 그려놓은 자리에 한나의 기도가 시작된다.
“我的心因耶和华快乐,“
(내 마음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아이들도 나이를 먹으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점점 딱딱해지겠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성경에 낙서하던 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나의 기도를 읽으며 한나의 기쁨이 될 사무엘을 떠올리고, 사무엘이 기름 부어 왕이 될 다윗을 떠올리며 즐겁게 여백에 그림을 그리던 자기 자신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말씀을 읽고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던 그 시절을 고이 간직할 수 있기를...
*핀인(拼音) - 중국어 발음 기호를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