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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04. 2024

글쓰기는 네 잎이 아닌 세 잎 클로버 찾기

행복을 찾아 느끼게 해주는 글쓰기

허리 디스크로 몇 달 누워 지내던 때, 통증이 심해 두어 달 정도 남편과의 잠자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조금씩 통증이 아물고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이다 번개 치듯 척추를 관통하는 저릿한 통증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그 저릿함은 분명 快이자, 痛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런 걸 ‘행복’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너무 흔해서 시시하고 진부하지만, 막상 답하려면 어려운 질문이다.


엄마, 내가 행복을 선물할게.


네 잎 클로버를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아이에게 세 잎 클로버 꽃말이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운'을 찾아 헤매느라, 곁에 있는 '행복'을 짓밟고 만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걸 기억한 아이가 길 위에서 내게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글을 쓸수록 눈은 더 나빠져 침침해지고, 허리와 목 디스크에, 손가락 관절증 등 몸은 점점 더 피로해진다. 거기다 ‘작가의 벽’이란 새하얀 벽까지 마주하게 되면, 정신적으로도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쓸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글을 쓰면서 ‘세 잎 클로버’를 자주 알아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행복은 세 잎 클로버처럼 굳이 눈을 씻고 찾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늘 주위에 널려 있다. 단지 그 소중함이나 가치를 알아보기가 힘들 뿐.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유령처럼, 내 가까이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도 나는 그 존재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글을 쓸 때면 나는 평소와 달리 감각 기관을 활짝 열어놓는다. 주위에 떠도는 냄새를 맡거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음식의 미세한 맛의 차이를 느껴보려고 입속에서 혀를 살살 굴려 본다. 눈을 가리고 주변의 것들을 더듬으며 온도와 질감을 느껴 보기도 한다. 예리해진 감각 속에서 나는 행복의 존재를 감지한다. 나와 무관해 보였던 음악을 찾아 듣거나 잘 몰랐던 그림을 감상할 때, 그리고 사진 속에 담긴 비밀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거기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행복을 알아챈다.


내가 운영하던 글쓰기 워크숍에서 쑥스러워 목소리도 잘 내지 못하던 누군가가 처음으로 쓴 짧은 글을 읽으며 또르르 흘리던 눈물을 기억한다. 나는 눈물 흘리는 그녀 곁에 가만히 앉아 있던 행복이 아주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글을 쓰기 전에는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의외의 순간에 나는 행복이 가만가만 내 주위를 맴도는 것을 알아챈다. 그런 시간이 참 좋다. 이제 행복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는 내 감각과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내 눈이 좋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도 멈추지 않고 글을 쓰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행복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더 잘 알아채고 싶어서.



글을 쓸 때 특이한 소재가 있으면 당연히 좋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든지, 암벽등반이나 서핑처럼 새로운 일에 도전해 봤다든지, 하다못해 달팽이 요리나 거위 간처럼 이국적인 음식을 맛본 경험이 있다면 글을 쓸 때 좀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작가가 된다 해도 날마다 낯선 곳에 가서 늘 새로운 일만 할 수는 없다. 글을 쓸 때 새로운 소재를 찾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평범한 소재에서 새로운 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도 낯설게 보는 시각으로 예전에 보지 못했던 걸 알아채는 것. 그것은 마치 세 잎 클로버의 가치를 알아보는 일과 같고,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을 알아채는 일과 닮았다.


네 잎 클로버를 찾지 못해 슬퍼하는 대신 세 잎 클로버의 아름다움을 알아채자. 세 잎 클로버를 더 많이 모을수록 우리는 좋은 글을 쓰게 되고, 덤으로 행복해진다.



윤소희 작가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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