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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n 28. 2020

죽기는 어렵지 않다,  산다는 것이 더욱 어렵다

<자살의 연구> - 알프레드 알바레즈

자살에 대한 책에는 더 이상 큰 기대가 없었는데,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을 밝히기 위해라니.  

거기다 최승자 시인이 옮겼다니 혹 해서 사 보았던 책. 


수많은, 각각의 사연이 있는 자살을 한데 아울러 설명하려는 건 역시 무리다. 


보편적 죽음은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는 못한다. …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김훈 ‘ 칼의 노래’ 중


‘죽고 싶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 

처음엔 ‘도와달라는 외침’이었을 수 있지만, 만성이 되면 듣는 이의 죄책감을 유발하려는 ‘수동공격성’적인 공격이거나, 자기 연민일 뿐인 것 같아 안타깝다. 


<자살의 연구>를 읽는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는다.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러한 삶 속에서 죽기는 어렵지 않다.  산다는 것이 더욱 어렵다. 
-마야코프스키

 
알프레드 알바레즈 <자살의 연구>


템즈 강에서 건져 올린 자살자의 시체를 보면, 사랑의 실패 때문에 투신한 사람들과 부채 때문에 투신한 사람들을 어김없이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랑 때문에 죽은 사람은 다리의 교각에 매달려 살려고 발버둥을 치느라 손가락들이 거의 하나같이 찢겨 있는 반면, 빚 따위에 시달려 죽은 사람들은 몸부림을 치거나 뒤늦은 후회 같은 것 없이 시멘트 덩어리가 가라앉듯 물속으로 가라앉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죽음의 벼랑까지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그 벼랑에 다시 갈 가능성이 아마도 세 곱은 더 된다고 한다.


‘타인을 살해한다거나 최소한 타인이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자살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수면제를 삼킨 젊은이와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이 완전히 다른 이상,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죽은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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