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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n 27. 2020

문득 갖고 싶은 게 생겼다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 이미경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구멍가게. 

저자가 전국을 헤매며 하나하나 찾아내 화폭에 담아 놓은 구멍가게들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빨간 우체통, 가게 앞에 놓인 평상과 쌓여있는 상자들.  

기와로 얹었는지 슬레이트로 했는지에 따라 지붕의 모양과 색이 달라지긴 해도 대체로 고만고만한 모습의 구멍가게들. 

그럼에도 그림마다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다. 검소한 검은 투피스를 입은 여인들이 가슴에 특별히 달아놓은 화려한 브로치처럼. 

바로 나무.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속 구멍가게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나 목련꽃, 샛노란 은행잎, 잘 익은 사과나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나무들. 

소유욕이 점점 줄더니 이제는 갖고 싶은 게 거의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문득 갖고 싶은 게 생겼다. 

나무. 

집이나, 차나, 보석이나 명품 가방이 아니라 나무라니. 


한동안 ‘중력’이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더니, 이제 뿌리를 내리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더 이상 부유하듯 이리저리 떠다니고 싶지 않다는. 

겨우 두어 달 뒤에도 내가 어디 있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면서, 내 마음은 벌써 내가 심을 나무의 묘목을 고르고 있다. 


구멍가게는 사라져도 그 곁에 있던 나무는 그 후에도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 주겠지.

사라진 구멍가게 각각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 이미경 (좌) 구멍가게들 (가운데,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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