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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25. 2020

오로지 '대구(cod)'만을 이야기하는 두툼한 책

마크 쿨란스키 - <대구>

영국에 한 달 머물 때, 피시 앤 칩스를 질리도록 먹어서일까.  대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낚시나 어업에 관심도 없는 내가 36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그것도 오로지 ‘대구’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는 책을 단숨에 읽었다. 

대구에 관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세계사와 지리, 인류학, 요리,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어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영국에 머물 때 먹었던 큼직한 Fish & Chips


요리책 읽기는 좋아하지만 요리에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앞으로 절대 요리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다양한 대구 요리 레시피들이 잔뜩 수록된 부분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마구 잡다가 멸종당할 위기에 놓인 대구를 걱정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다양한 대구 레시피를 소개하는 게 좀 어이없기는 했지만. 


마크 쿨란스키 - <대구>


바이킹들이 그처럼 멀고도 황량한 바다까지 여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대구를 보존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 물고기를 추운 공기 속에 매달아놓으면 무게가 5분의 1로 줄어들며 나무처럼 딱딱한 판자 형태가 된다. 이를 잘게 부숴서 씹으면 마치 건빵처럼 먹을 수 있다.


영국에서 코드(cod)는 ‘장난’이란 뜻이 되었고 프랑스에서 모뤼(morue)는 ‘매춘부’를 가리키게 되었다.


‘대구 전쟁(the Cod Wars)’ … 세 차례에 걸쳐 벌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전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부상자가 없었던 이유는 오로지 양쪽 모두에게 상당한 행운이 깃들어 있었던 까닭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대구)이야말로 (빵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일단 그 맛에 익숙해지고 나면 결코 질리지 않는 식품이고, 그것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식품이며, 그 어떤 진미와도 바꿀 수 없는 식품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엘레나 이바노프나 몰로코베츠 <젊은 주부에게 주는 선물> 중)


가장 소중히 간직되어온 전통의 상당수가 공격을 당하고 있었던 영국에서도, 점점 더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이슈는 바로 진정한 피시 앤드 칩스의 생존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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