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May 22. 2020

윤소희의 분신술

수많은 '나'를 만들어 세상에 보낸다면?

‘윤소희’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뇌섹녀’ ‘여신 몸매’ ‘카이스트’라는 단어와 함께 젊은 미모의 여배우 이야기로 도배가 된다. 그녀의 출생연도를 보니, 내가 막 대학에 들어갔을 때다. 한참을 스크롤 해 내려가다 보면 연극배우 윤소희와 가야금 연주자 윤소희가 있다. 



내 이름을 검색할 때 이런 미모가 나와 주니 고맙다


‘책 본문’ 카테고리에 가니, 이런 문구가 나온다.

윤소희 씨처럼 늘 부정적이고, 소심하고, 자책을 많이 하는 성격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우울증 카운슬링 사례 중 하나인 모양이다. 환자 사례에 실명을 쓸 리는 없으니, ‘윤소희’는 우울증 환자에게 붙이고 싶은 이름인 모양이다.


검색 내용을 종합해 보니, ‘윤소희’는 대체로 ‘뇌가 섹시’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와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고, 미모와 몸매는 ‘여신’ 수준에, 음악은 국악이나 클래식 같은 고전적인 것을 즐긴다. 단점이 있다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라는 것.


검색한 결과의 99% 이상은 진짜 내가 아니지만, 어쩌면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손오공처럼 머리털을 뽑아 수많은 ‘나'를 만들어 세상에 보냈다면? 한 사람이 다 경험해 볼 수 없는 다양한 삶을 살아보기 위해 이 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나이도, 직업도, 업적도, 배경도 모두 다르지만, 수많은 윤소희들 사이에서 유사한 캐릭터가 도출되는 걸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정말 같은 유전자에서 복제된 ‘또 다른 나’ 일지도. 어쩐지 내가 아닌 '윤소희'들에게 친밀함이 느껴진다. 


간혹 진짜 나와 내 책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우울증 카운슬링 사례에 나온 윤소희마저도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소심하고 자책을 많이 한다는 윤소희처럼, 나 역시ᅠ백 사람이 좋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의 떨떠름한 표정을 보고 우울해지는 사람이다. 실제로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은 적도 있다. 그야말로 바스러질 듯한 자아를 가지고 살아간다.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윤소희들. 세상에 흩어 보낸 다양한 윤소희들이 그럼에도 멋지게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오늘 하루도 나는 내 몫의 '윤소희'를 잘 살아내기 위해 바스러질 듯한 나 자신을 살살 달래며 조심스레 글을 쓴다.

이전 12화 사진을 찍을 여유도, 이유도 없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