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3 - 김지하
속 3
-김지하
솔직한 것이 좋다만
그저 좋은 것만도 아닌 것이
시란 어둠을
어둠대로 쓰면서 어둠을
수정하는 것
쓰면서
저도 몰래 햇살을 이끄는 일
평생 꾸며대기보다는 솔직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한 것이 ‘그저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솔직함이 때로는 잘 벼리지 않은 투박한 칼 같아서
날카롭게 베어낼 수 있는 자리에 불필요한 열상을 남기고 만다.
솔직한 것에 머물지 않고,
‘어둠을 어둠대로 쓰면서’도
‘저도 몰래 햇살을 이끄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