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민 된 덕분에 남편과 함께 결혼기념일을

특별한 결혼기념일

by 윤소희

코로나 난민이 된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결혼기념일을 남편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넉 달 전 베이징에 있는 집을 떠나 잠시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에 들어온 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때 한국에 나오지 않았다면 넉 달 내내 남편과는 이산가족으로 지낼 뻔했다.


결혼.JPG 14주년 기념 저녁


14년 전 오늘, 일부러 맞춘 건 아니었으나 둘이 만난 지 꼭 1,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 비가 쏟아졌는데, 마침 오늘도 비가 온다.


wedding.jpeg 14년 전 신랑 신부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를 축가로 불러 주던 후배들의 목소리가 ‘눈부신 저 햇살에’ 할 때 슬며시 작아지던 걸 기억한다. 쏟아지는 빗물과 시커먼 비구름 위에 드리운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었기에 그럼에도 우리는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비구름 너머에 있을 햇살로 내 손을 끌어주는 당신이 있어 지금도 여전히 웃는다.


결혼2.jpeg
결혼4.jpeg
결혼5.jpeg
결혼3.jpeg
이제는 분위기 있는 곳에 데려갈 줄도 안다


남편이 직접 만든 카드와 꽃다발을 선물했다. 맛집을 검색해 분위기 좋은 곳으로 저녁 예약도 해두었다. 여전히 서툴지만 나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결혼 전 연애하던 시절 남편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은커녕 허름한 포장마차 같은 데만 데려갔었다.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한가 보다 짐작한 적도 있었다. 사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시선을 두는 그 모습에 반해서 14년째 같이 살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가끔은 분위기 있는 곳에 데려올 줄도 안다.


결혼1.jpeg


아직도 아득히 먼 곳을 꿈꾸며 포기하지 않는 그를 사랑하고 응원한다. 언젠가는 비구름 위로 날아 올라가 푸르른 하늘과 눈부신 햇살을 함께 만끽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