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Jun 19. 2020

빵을 '깨물고' 싶다는 갈망을 견디다 못해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 에쿠니 가오리

두통이 살짝 있어 머리를 식힐 겸 얇은 책, 에쿠니 가오리의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를 집어 들었다. 

‘한동안’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기에. 


겨우 30여 페이지를 읽다, 가만히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빵을 ‘깨물고’ 싶다는 갈망을 견디지 못해. 


빵은, 먹는다기보다 깨문다고 하는 편이 적합하다.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도, 빵은 저마다 혼자서 깨무는 것이다. 때로 와삭와삭. 거기에는 무언가 여정을 닮은 맛이 배어 있다. 바깥공기를 닮은 것, 외로움을 닮은 것, 오기를 닮은 것.


빵집에 달려가 허겁지겁 빵을 집어 종이봉투에 담아 왔다. 

나를 위해 허브가 들어 있는 치아바타와 일본의 시골 빵이라는 이나까 빵,  

막내를 위한 연유 바게트와 앙금 치아바타, 마카다미아 브라우니를 사고, 

큰아이를 위해 굳이 다른 빵집으로 가 소시지 빵을 샀다. 


결국 빵을 밖으로 뛰쳐 나가 잔뜩 사들고 와버렸다


커피 한 잔을 끓여 치아바타와 이나까 빵을 깨문다. 

‘빵은 내 편이다’라는 말이 잠시 입 속에 머물다 목구멍을 타고 내 속으로 쑥 들어와 버렸다.  


'빵은 내 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글을 쓰지만 행동은 하지 않는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