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의 오류
단편소설: <스마트한 당신만 읽으세요> 3화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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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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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노 회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박을 칭찬하고 나섭니다. 프레젠테이션 내내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실수로 잘못 나온 숫자에 귀가 번쩍 뜨여 만족한 겁니다.
노 회장이 만족한 마당에, 클라이언트 사 경영진 중 누군가 실수를 눈치챘다고 해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죠. 평생 정확한 자료와 숫자보다는 본인의 직관에 의한 판단으로 U를 업계 최고의 자리까지 끌고 온 노 회장. 경영진에게 당장 인수를 진행하라고 지시하고, 박에게는 인수 진행과 M&A 사후관리 프로젝트까지 도와달라고, 사실상 재계약을 요청합니다. 컨설팅 회사 파트너는 박이 장기 프로젝트를 바로 따내자, 흡족해하며 인사고과를 높이 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조금 전까지도 승진한 지 얼마 안 된 신임 매니저라 못내 걱정하며 앉아 있었으면서 말이죠.
파이널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클라이언트 사 경영진 사이에서는 “이런 바보 같은 결정이….”하는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습니다. 물론 노 회장이 기뻐하던 회의장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던 바로 그 경영진들이죠. 나와서 똑똑한 척 하지만 결국 집단사고의 오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스마트한 당신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사실 노 회장은 거액을 들인 프로젝트의 분석 내용 따위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타깃 회사를 인수하는 게 옳다는 직관적인 판단과 인수해서 당장 중국 시장에서 눈에 띄는 존재로 부각되고 싶은 욕망으로. 때마침 박의 실수로 노 회장은 듣고 싶었던 소리를 들었으니, ‘얼씨구나 좋다!’하고 결정해 버린 거죠.
파이널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분이 고무된 파트너가 팀을 불러 간단히 회의를 합니다. 이때쯤이면 이미 김뿐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심지어 박 자신마저 자신이 심각한 실수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죠. 심지어 회장의 흥분으로 끝까지 마치지 못한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슬라이드에 있는 권고 사항에는 ‘인수하지 말 것, 굳이 하려면 아직 검토하지 못한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확인한 후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 적혀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내내 관여하지 않고 맡겨두었던 파트너는 한술 더 떠, 떠들썩하게 한바탕 팀원들을 칭찬하고 저녁때 재계약을 축하하는 회식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재계약된 장기 프로젝트는 한 팀을 더 추가할 거라며, 박에게 두 팀을 이끄는 대형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으란 말만 남기고 파트너는 사라집니다.
파트너가 나가고 박과 팀만 남게 되자, 박이 팀원들에게 M&A 성공률이란 게 높게 봐줘도 세계적 평균이 25% 정도밖에 안 되니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나마도 딜 소싱(deal sourcing)에서 오는 이익은 M&A를 통한 이익 전체의 1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며, 핵심은 앞으로 진행될 PMI (Post-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프로젝트에 달렸다는 둥…. 도대체 뭔 소린지, 아무튼 자신의 실수를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박이 향후 프로젝트에 대해 미래지향적 태도로 힘찬 연설을 하고 있는 그때, 김이 쭈뼛거리며 일어납니다.
저, 저… 박 이사님, 뭔가… 실수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며 썰렁해집니다.
(TO BE CONTINUED)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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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목적을 위해 전략 컨설팅의 프로젝트와 컨설턴트에 관한 이야기나 묘사가 과장되게 꾸며져 있습니다. 실제와는 전혀 다른 소설임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