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귀인오류
단편소설: <스마트한 당신만 읽으세요> 5화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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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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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일부 정신 나간 천박한 사디스트들의 행동일 뿐이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리면 그만일까요?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주장대로 말입니다.
스마트한 당신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힘과 기회만 주어지면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1971년 필립 짐바도가 스탠퍼드대 안에 가짜 감옥을 만들었을 때 증명되었죠.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죄수와 경비를 시켰을 뿐인데, 경비를 맡은 학생들이 죄수들에게 양동이에 소변을 보게 하고 서로 섹스하는 행위를 흉내 내도록 시키는 등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그 실험은 둘째 날에는 폭동이, 셋째 날부터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6일 뒤 강제 종료되었지만요.
괴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평범한 사람을 얼마든지 괴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고 타인의 삶을 쉽게 단정 짓곤 하죠. 모든 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탓으로 돌리는 근본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를 범하는 겁니다.
물론 부인하고 싶겠죠?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이 공평하단 믿음을 굳게 지킨 나머지, 심지어 가해자에게 향해야 할 비난마저 피해자에게 돌리곤 합니다. 공평한 세상 오류(just-world fallacy)에 빠져, 강간이나 폭행, 왕따나 살해 등의 피해자에게 분명 뭔가 당할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가정하고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거죠.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옷에 보일락 말락 한 짧은 치마를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여자들은 정말 모두 강간당하길 원하는 걸까요?
불쌍한 김은 자신의 실수도 아닌데, 아니, 모두가 동조하는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타이밍에 사실을 끄집어낸 게 실수긴 하니 말을 고치기로 하죠. 김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성격파탄자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상사에게 하극상하고, 다른 사람은 깡그리 무시할 정도로 교만하며, 저 잘난 맛에 팀과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뻔한 후안무치의 인간으로 말이죠.
믿기지 않겠지만, 심지어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팀원들이 김을 회의실에 가둬놓고 김에게 린치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박의 무언의 명령에 과잉 복종하며 권력에 부응했을 뿐인데,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엄청난 악행을 저지르게 된 겁니다. 이미 집단 전체에 김은 린치를 당해도 마땅한 인간 말종이라는 무언의 동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실제 린치를 가한 팀원들 중 어느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한 것 같은 뿌듯함마저 느낍니다. 뭐, 그들도 동조 이론(conformity theory)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모든 분노를 김을 응징하고 매장시키는 데 쏟아낸 그의 동료들은 마약 같은 카타르시스의 오류에 빠져 계속 카타르시스를 찾게 됩니다. 김을 괴롭히며 그동안 직장 일과 가정사로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 거죠.
안타까운 건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 김이 ‘찍’ 소리도 못한 채, 집단의 가치판단과 비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누군가 자신을 특정 유형의 인간이라고 믿을 때 스스로 그 기대에 맞춰 살려고 애를 쓰는 자기 불구화(self-handicapping) 경향에 빠지고 만 거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융통성 없는 걸로 찍힌 김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자꾸 피하게 됩니다. 심지어 김의 가장 장점이던 자료 분석마저 점점 실수가 많아지고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낙인이론의 무서운 점은 한번 낙인이 찍힌 사람은 그의 다른 성과들까지 깡그리 거짓으로 무시될 수 있다는 거죠. 회사 내 여기저기서 김의 숫자 다루는 감각을 비웃고, 꼼꼼하지 못한 태도를 비난하며 수군거립니다. 김은 어쩌다 맡게 되는 자질구레한 자료 분석에서도 자꾸 실수를 거듭하게 되고, 숫자에 자신만만했던 본래의 모습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갑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글의 목적을 위해 전략 컨설팅의 프로젝트와 컨설턴트에 관한 이야기나 묘사가 과장되게 꾸며져 있습니다. 실제와는 전혀 다른 소설임을 기억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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