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예언
단편소설: <스마트한 당신만 읽으세요> 6화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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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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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일들은 그게 무엇이든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현실이 됩니다. 종종 소문을 현실로 만드는 자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때문이죠. 석 달째 온 더 비치로 빌빌거리던 김은 결국 무언의 압력에 못 이겨 사표를 쓰고, 동료 직원들의 꿈은 마침내 이루어집니다.
사표를 제출하던 날, 김은 넉 달 전쯤 만나기 시작한 여자 친구를 찾아갑니다. 이 여자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평생 단 한번 만날까 말까 한 하늘이 김에게 내려준 운명의 상대랍니다.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나던 날 생년월일이 똑같다는 사실에 놀라고, 혈액형마저 A형으로 똑같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자 친구는 마치 자신의 도플갱어라도 되는 듯, 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감자튀김과 햄버거를 좋아하고 당근과 가지를 싫어하며, 술 마신 다음 날엔 뜨끈한 해장국으로 해장하는 김과 여자 친구. 그녀 역시 경영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광고회사에서 잘 나가는 AE(Account Executive)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침 그녀가 새로운 클라이언트인 맥주 회사를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김에게 참석해 도와달라고 한 겁니다.
어, 왔네? 여기 A, B, C 맥주를 마셔보고, 설문지에 평가하면 돼. 맛, 색, 바디, 거품 입자, 피니시 등 복잡한 용어가 많지만, 제일 중요한 질문은 이들 중에 어느 걸 더 선호하느냐.
김은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셔봤지만, 맛이든 향이든 그게 그거 같아 구분을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저 어딘가 모르게 A가 좀 다른 것 같아 A를 선호한다고 적었을 뿐입니다.
브랜드랑 병이 사라지니, 이게 맥주란 사실조차 모르겠다.
원래 그런 거야. 소믈리에들에게 레드 와인 한 잔과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주고 와인 맛을 최대한 묘사하라고 해 봐. 그럼 레드 와인을 시음한 후 베리와 포도의 종류, 타닌에 대해 막 설명하겠지. 근데 사실은 둘 다 같은 화이트 와인이고 그저 한 잔을 붉게 물들인 거야. 우습지? 결국 기대가 경험을 오염시키는 거지.
정말? 그럼 굳이 이런 걸 왜 해?
‘펩시 챌린지’를 흉내 내는 거야. 펩시가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펩시가 코카콜라를 압도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서 성공한 적이 있거든. 워낙 맥주 시장이 과점 체제고 후발 주자인 우리 클라이언트가 열세라 펩시랑 처지가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브랜드를 가리면 결과가 최소한 비슷하게 나올 거고. 사람들은 2보다는 1을 , B보다는 A를 더 선호한다고 할 거야. 너도 A라고 썼지?”
어? 어. 근데 정말 A만 맛이 독특했는데.
미각이 좀 살아 있는데? 완전 틀린 말은 아니야. 맥주의 쓴 맛을 나타내는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란 게 있는데, 보통 국내 맥주들이 10~14라면, 우리 클라이언트 맥주는 일본 맥주 흉내 내서 16 정도 돼. 참, 컨설팅 일 힘들다더니 이참에 회사 그만두고 맥주 소믈리에 해도 되겠는데?
농담을 던지고 깔깔 웃는 여자 친구 앞에서 김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립니다. 사표 냈다는 고백을 하러 온 참이었으니까요. 역시 운명의 여자 친구라 다른 걸까요? 정확하게 자기가 얘기하려던 걸 예언까지 하니 말이죠.
사, 사실은 나 오늘 사표 냈어.
*글의 목적을 위해 전략 컨설팅의 프로젝트와 컨설턴트에 관한 이야기나 묘사가 과장되게 꾸며져 있습니다. 실제와는 전혀 다른 소설임을 기억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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