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단편소설: <스마트한 당신만 읽으세요> 7화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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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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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실은 나 오늘 사표 냈어.
그래? 어디 더 좋은 데로 옮기나 보네.
그게, 아직 다른 데 어플라이 한 건 아니고… 이제 찾아야지.
잠시 어이없다는 듯 김을 바라보던 여자 친구는 일이 바쁘다며 총총 사라집니다. 데이트를 기대했던 김은 딱히 할 일도 없는 저녁, 혼자 맥주를 마시러 갑니다. 브랜드가 다른 맥주 몇 병을 시켜 놓고, 눈을 감고 음미해 보니 정말 각각의 맥주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날 이후, 김은 날마다 맥주를 마십니다. 어쩌면 운명의 여자 친구가 던져준 예언처럼 자신은 맥주 소믈리에가 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어쩐 일인지 운명의 여자 친구는 늘 바빴고, 나중에는 김의 전화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바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 옵니다.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우리 클라이언트 사의 젊은 이산데, 너희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3년 일하고 스카우트된 거라더라. 참, 이제 너희 회사가 아니지?
어떻게…우린 생일도 똑같고… 운명적으로…
생일 똑같은 한 쌍이 나올 확률은 사람이 23명만 있어도 50%가 넘어. 60명쯤 모이면 거의 100% 나오고. 그러고도 네가 워튼 나왔다고 할래?
피식 웃으며 던지는 여자 친구의 말은 차갑고도 잔인했습니다. 김은 여자 친구가 휑하니 떠난 자리에 혼자 남아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니 57명만 모여도 생일이 똑같은 한 쌍이 나올 확률은 99%를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왜 한 번도 이걸 계산해볼 생각은 안 했던 걸까, 김은 후회해보지만 역시 주위 사람들의 말대로 자기가 바보라서 그렇다고 결론짓고 맙니다. 김은 습관대로 다시 맥주를 마시러 갑니다.
맥주 소믈리에의 재능이 있다는 믿음으로 마시기 시작한 초기에는 정말 다양한 맥주의 맛과 향의 차이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마시며 마시는 양이 늘다 보니, 그 맛이 그 맛 같고 미각이 점점 둔해지는 걸 실감합니다. 하지만, 일단 출발한 기차를 갑자기 멈추는 게 어려운 것처럼, 김은 몇 번이나 금주를 시도했지만 이미 자신의 통제를 넘어가 버렸음만 깨닫게 됩니다. 종종 손 떨림을 경험하고 식은땀이 나며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가고, 이젠 저녁때뿐 아니라 할 일이 없는 낮부터 맥주를 마십니다. 김의 하루는 맥주를 구하고, 마시고, 또 마신 맥주에서 깨기 위해 보내는 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그러던 어느 날, MBA를 같이 했던 동기 중 하나가 학교 다닐 때 ‘분석의 천재’ 소리까지 들었던 김을 기억하고 김을 찾습니다.
회사 그만둔 지 좀 됐다며? 세컨드 티어(2nd tier: 2류) 컨설팅 펌이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노느니 인터뷰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드디어 인터뷰 전날.
*글의 목적을 위해 전략 컨설팅의 프로젝트와 컨설턴트에 관한 이야기나 묘사가 과장되게 꾸며져 있습니다. 실제와는 전혀 다른 소설임을 기억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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