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 (anticipatory rationalization)
단편소설: <스마트한 당신만 읽으세요> 8화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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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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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인터뷰 전날, 김은 오늘만큼은 맥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목욕재계하고 예상 질문들을 뽑아보며 인터뷰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죠. 그런데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마음속에서 의심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합니다. 술에 절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꾸 실패할 가능성이 보였던 거죠. 그러다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져갑니다. 드디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기뻐했던 것도 잠시뿐, 곧 불평과 의문이 생깁니다.
그따위 세컨드 티어 펌에 가는 게 뭐 좋은 일이야? 차라리 좋아하는 맥주나 실컷 마시다 맥주 소믈리에에 도전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날마다 맥주를 마시며 사는 지금의 생활이 나쁜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방금 ‘여우의 신포도’가 떠오르지 않았나요? 전문 용어로 합리화(anticipatory rationalization)라고 하죠.
김은 밤새도록 술을 퍼 마시고 약속 시간보다 늦게 이상한 옷차림으로 인터뷰 자리에 나갔습니다. 혹시 성공하면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고 떠벌릴 수 있기를,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무능함 탓이 아니라 술 탓이라고 핑계 댈 수 있기를 바랐던 겁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습관적으로 아프다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았을 테니, 당신도 김이 마냥 신기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다들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 탓으로 돌리고 싶은 사람들이죠.
뭐, 결과는 당신과 김 모두 예상했던 그대로죠. 인터뷰 자체를 거부당한 김은, 자신이 떨어진 건 그저 술 탓이라며, 다시 맥주를 마시러 갑니다. 김의 몰골을 본 인사담당자는 처음엔 놀라고 당황했지만, 나중엔 화가 치밀었습니다.
지가 워튼 나왔으면 다야? 세컨드 티어 펌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인사담당자는 김을 소개한 김의 동기한테 전화를 걸어 있는 대로 퍼부으며 화풀이를 합니다.
그 전화를 받고 화가 난 김의 동기도 다른 동기들을 불러 술자리를 하며, 김을 안주 삼아 씹기 시작합니다.
내가 김, 그 새끼 때문에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궁상떨고 있기에 도와준 건데, 그 따위로 인터뷰를 날려?
그 새끼, 그래도 예전엔 엑셀 모델 하나는 끝내주게 만들었는데.
아직 김의 소식을 듣지 못한 동기 하나가 김을 살짝 두둔합니다.
무슨 소리? 모델 만들 때마다 옆에 있던 인도인 친구 생각 안 나?
*글의 목적을 위해 전략 컨설팅의 프로젝트와 컨설턴트에 관한 이야기나 묘사가 과장되게 꾸며져 있습니다. 실제와는 전혀 다른 소설임을 기억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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