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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15. 2020

숨 쉴 수 없이 밀려드는 공포, 정말 벗어날 수 없나?

<유동하는 공포> - 지그문트 바우만

Liquid Fear. 


‘여기저기 스미는, 어느새 젖어드는, 차갑고, 무한하며, 숨 막히게 하는’ 물의 이미지는 정말 공포와 닮았다. 

적당한 물기야 사람을 메마르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 주겠지만, 어느 순간 통제 불가능하게 물이 차오르면 결국 숨이 막히게 된다.  


'정부는 이제 임시적인 위기관리 활동만 할 뿐이며, 긴급 상황에 대해 조치 하나를 내놓고, 또 하나를 내놓고 하며 그저 다음 선거까지만 버티려 할 뿐’이라는 건 굳이 바우만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국민들을 위협하는 Liquid Fear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과 탐욕스러운 세력들에 분개하게 된다. 


숨 막히도록 차오른 공포 속에 정말 답은 없는 걸까? 


바우만은 아주 미미하고 미미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결론을 맺었다.  

불분명하고 불확실해서 더 두려울 수밖에 없는 ‘공포’를 ‘바로 보는 것’! 

그리고 지식인들의 생각이 생각에만 멈추지 않고 민중의 행동과 만나는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포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사람들. 그들이 겪는 재앙이 너무도 뻔질나게 방송되고 거론되기에 그런 운명에서 비껴 있는 사람들은 동정심이 메말라 버’려 아무런 행동도 끌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역자의 마지막 말에 작은 해답이 있는 게 아닐까. 


지금 내 모습은 어떤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개인의 영달과 취미에만 사로잡혀, 남들의 불행은 덤덤하게 여기는 나날을 살고 있지 않은가. 나의 눈물은 이러한 나 자신의 “악의 평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숨 쉴 수도 없이 밀려드는 공포, 그 거대한 물의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물, ‘눈물’이 아닐까?
-옮긴이 함규진



<유동하는 공포> - 지그문트 바우만



     공포가 가장 무서울 때는 그것이 불분명할 때, 위치가 불확정할 때, 형태가 불확실할 때, 포착이 불가능할 때, 이리저리 유동하며, 종적도 원인도 불가해할 때다.     


     ‘공포’란 곧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위협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그것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배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부류와 살 가치가 없는 삶으로 나누었다. 그 결과, 공포 또한 불균등하게 분배되었다. 그 어떤 이유의 공포라도 말이다.
태풍, 지진, 홍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우리는 가장 무차별적이고, 진정으로 보편적인 자연재해조차 선택적으로 만들어버렸다. 


테러리즘의 최고 무기는 테러(공포)를 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구의 현재 상태를 고려하면, 씨앗의 품질이 좋지 않더라도 언제나 넘치는 풍년이 기대된다.


공식적으로 위협이라고 기록된 위협을 살펴보면 “정치인들이 과장하고 왜곡해놓은 판타지일 뿐이다. 그것은 전 세계의 정부들이 안보 기구와 국제 언론은 통해 아무 의심도 없이 퍼뜨리고 있는 암울한 환상이다” “모든 거대 관념이 신뢰를 잃어버린 시대에, 환상의 적에 대한 공포야말로 정치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애덤 커티스)


레이건 시대 이후, 개인 안전에 대한 공포 (테러의 공포에다 이따금씩, 9.11 이전보다는 덜 주목받는 편이지만, 길거리의 거지들, 마약 판매자들, 노상강도 그리고 좀 더 일반적으로 편하게 부르는 명칭이면서 더 경계하는 느낌이 강한 ‘하류계급’이 주는 공포, 패스트푸드의 해독, 비만, 콜레스테롤, 간접흡연이 주는 공포 등등)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걸레로 물을 훔치듯 다른 공포들을 시야에서 지워버렸다.  … "프롤레타리아가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짜 사건, 가령 이따금 일어나는 짧고 유혈이 심한 전쟁 같은 일 때문에 스스로의 절망에서 눈을 돌릴 수 있다면, 거부들은 아무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로티) 


우리의 힘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공포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 그 시작은 그것을 바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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