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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07. 2020

닥치고 써라!

<소설가의 일> - 김연수

오래전에 아나운서를 공개 오디션으로 뽑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 점찍었던 지원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어쩐지 그냥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콕 집어서 설명하라면 왜 그 지원자가 더 나은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컨설팅 회사에서도 채용할 때도 레주메 스크리닝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 

그 수많은 지원자들의 레주메를 훑어볼 때도 손에 걸리며 남는 몇 장이 있다. 

인터뷰를 할 때도 대부분 인터뷰이가 들어선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다. 


아나운서도, 경영 컨설턴트도 어떤 사람이 그에 적합한지 ‘감’으로 알 수 있다. 직접 경험해 보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역시 소설가는 ‘감’이 잡히지 않기에 소설 작법에 대한 책들을 수도 없이 사 봤다.  

많은 소설가들이 내놓은 저마다의 비슷한 이야기들. 하지만 역시 속 시원하지는 않은. 


정작 딱 보면 알 수 있는 그 ‘감’, 곧 핵심은 직접 되어보고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리라. 

일반론을 떠들어 댈 수는 있지만, 진짜 중요한 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그럼에도 그 모든 글쓰기와 소설 작법 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한 마디가 있다. 


닥치고 써라! 


‘쓰는’ 사람이 소설가고, 작가니까.


<소설가의 일> - 김연수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입니다. ‘잘 쓴다’도 ‘못 쓴다’도 결국에는 같은 동사일 뿐입니다.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은 그는 소설가입니다.” 


문장에서 미문은 흔치 않은 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일에 대해서 말하는 문장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소설을 쓰겠다면 생각하지 말고 쓰자. 쓰고 나서 생각하자.


직관의 힘을 믿을 뿐, 소설가들은 생각 같은 거 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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