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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06. 2020

코로나 시대 여름 여행, 함께 해준 책 3권!

2020 여름 읽은 책들을 정리하며

2020 코로나로 인해 처음 맞게 된 '이상한' 여름을 기억하기 위하여.


  

1. 코로나 시대 여름,

과연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 에쿠니 가오리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 에쿠니 가오리


해마다 여름이 되면 아이 둘을 끌고 한 달씩 여행을 다녔다. 큰 아이가 7살, 막내가 6살 때부터니 올해로 7년째다. 

'14 캘리포티아, '15 프랑스, '16 싱가포르, '17 웨일스, '18 러시아 등, '19 하와이 여행


올해 초만 해도 올여름 여행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 19가 갑자기 터지면서 우리는 심지어 집을 떠나 길 위에 머무는 '코난 족 (코로나 난민족)'이 되었다.


(집이 베이징에 있어요. 2월 초에 코로나 피해 나왔다가 7개월째 못 돌아가고 있어요 ㅠ)


코로나 시대에 여행이라니. 당연히 포기하고 있었다. 집에서 책이나 읽으며 뒹굴뒹굴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를 집어 들었다. ‘한동안’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리고 어쩐지 우울한 기분에 나가지 않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겨우 30여 페이지를 읽다, 가만히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빵을 ‘깨물고’ 싶다는 갈망을 견디지 못해. 


빵은, 먹는다기보다 깨문다고 하는 편이 적합하다.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도, 빵은 저마다 혼자서 깨무는 것이다. 때로 와삭와삭. 거기에는 무언가 여정을 닮은 맛이 배어 있다. 바깥공기를 닮은 것, 외로움을 닮은 것, 오기를 닮은 것.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 에쿠니 가오리



빵집에 달려가 허겁지겁 빵을 집어 종이봉투에 담아 왔다.

나를 위해 허브가 들어 있는 치아바타와 일본의 시골 빵이라는 이나까 빵,

막내를 위한 연유 바게트와 앙금 치아바타, 마카다미아 브라우니를 사고,

큰아이를 위해 굳이 다른 빵집으로 가 소시지 빵을 샀다.

커피 한 잔을 끓여 치아바타와 이나까 빵을 깨문다.



‘빵은 내 편이다’라는 에쿠니 가오리의 말이 입속에 머물다 목구멍을 타고 내 속 깊숙이 쑥 들어와 버렸다. 

'빵은 내 편이다'라는 든든한 느낌 때문일까.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 여행객이 적은 전라도, 그리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여행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빵 때문에 힘을 얻어 여행이라니, 참!


그리고 7월 한 달 전라도 여행이 시작된다!

(815 후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전 7월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휴우! 가슴을 쓸어내린다)


코로나 시대 한 달 여행이 궁금하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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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행의 필수품 문고본!

앗, 떠나기 전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아무튼, 여름> -김신회


<아무튼, 여름>_김신회_캐리어 위에 떡하니 올려놓고 하룻밤만 참으면 같이 떠날 수 있었는데 ㅠ


드디어 7월 한 달 여행 시작! 캐리어에 여행을 위한 물건들을 꼼꼼히 챙기고, 심혈을 기울여 이 여름 여행을 함께 할 책을 골랐다. 여행 중에 책을 여러 권 가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문고본은 여행의 필수품이다. 특히 나는 대체로 혼자 여행을 떠나 시간이 넘친다. 그러니 가져간 책은 마치께 여행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가쿠타 미쓰요 <보통의 책 읽기>


앗, 그런데 이럴 수가!

이번 여름, 꼭 함께 여행 가자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못했다.

하룻밤을 참지 못해 떠나기 전날 다 읽어 버린 것이다.

여름 한철 사랑하는 fling의 상대처럼 매정하게 그를 남겨놓고 떠나왔다.


<아무튼, 여름>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 줄 여름 같은

그대여, 안녕. 정말 미안!

너무 술술 읽힌 게 잘못이야.



3 여자와 아이들만의 여행,

불안과 공포가 따른다


<화이트 호스> - 강화길


<화이트 호스> - 강화길_여수 숙소 정원에서


남편 없이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니, 늘 불안과 공포가 따른다. 아이들 손을 양손에 잡고 절대 놓지 않으며 셋이 바짝 붙어 종종거리고 다니던 여행길. 아이들이 이제 조금 커서 손을 놓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고비가 있었다. 인적 없는 산길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트럭을 만난 것이다.


여수 여행 중 겪은 공포 체험이 궁금하다면 클릭!

https://brunch.co.kr/@yoonsohee0316/278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떨어질 것 같은 하루를 보내고 겨우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단속을 해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펼쳐 읽은 책에 하필 이런 문장이…


실종된 여자들은 모두 마지막에 택시를 탔다. … 이제 나는 택시 앞자리에 앉지 않는다. 오른쪽 뒷좌석, 운전사의 목덜미가 잘 보이는 자리에만 앉는다. 그들의 표정을 쉽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택시 번호를 보내거나 그에 관한 통화를 할 때, 그들의 옆얼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목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이들은 두렵지 않았다.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건, 그래서 긴급 신고 번호를 눌러놓은 핸드폰을 몰래 꼭 쥐고 있게 하는 건, 일말의 불쾌감도 드러내지 않는 매끈한 얼굴들이었다.
-<화이트 호스> - 강화길

한적한 길에서 이상한 트럭을 만났던 공포가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겨우 몇 백 미터 정도의 길이었지만, 끝날 것 같지 않은 공포의 길이 떠올랐다.


하필 공포의 길을 걸었던 날 밤이었기에 책을 읽으며 공포감이 배가 되었지만, 반면에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힘을 얻기도 했다. 나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책에 담긴 소설들은 수많은 여성들이 지금도 여전히 겪고 있는 '이중의 폭력'과 그 속에서 느끼는 공포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 지도 함께.


예전에 듣도 보도 못했던 코로나 시대. 감히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여름을 맞고 우울했는데. 책을 통해 용감하게 한 달 여행에 도전할 수 있었고, 책이 있었기에 그 여행길을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얼른 물러가 모든 일상이 회복되고 다시 멀리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설사 이보다 상황이 악화된다 할지라도 우리에겐 책이 있어 견딜만하다.


2020 여름을 부탁해! 세 권의 책이 내게 이 여름을 멋지게 날 수 있게 해 주었다.

고마워, 책들!


최소한 일주일에 5권 정도는 책을 읽어요. 읽은 책을 전부 포스팅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짧게라도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매거진 '날마다 책 속을 헤매며' 많이 읽어 주세요!


https://brunch.co.kr/magazine/intoth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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