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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13. 2020

격리 용 짐 속에 왜 하필 '소설집'을

<바비의 분위기> - 박민정 소설집

‘소설집’  

아, 또 이걸 놓쳤다.  


‘소설집’은 단편 소설 몇 편을 묶어 놓은 책이다. '소설집'을 사면, '소설집' 안에는 이미 읽은 단편이 꼭 몇 편쯤 들어 있게 마련이다. 


소설을 고를 때는 주로 소설가 이름을 보고, 신작이 나오면 주문하는 편이다. 그래서 ‘박민정 소설집’을 ‘박민정 장편소설’이라고 착각했다. 


<바비의 분위기>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중 세 편은 벌써 읽었다. 보통 겹치더라도 소설집을 다시 사서 읽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달랐다. 중국에 들어가 2주간 격리될 때 읽을 책을 고르고 골랐는데, 그중에 이 소설집이 있었던 것이다. 격리 준비를 위한 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책은 몇 권밖에 가져갈 수 없었다. 격리가 시작되고 첫 장을 펼쳤는데, 이미 읽은 소설이 나오다니. 심지어 다음 소설도. 조금 맥이 빠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책 대신 다른 책을 가져올 걸... 


하지만 읽으면서 그런 불평은 많이 누그러졌다. 어쩌면 격리 생활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소설들이 아닌가 싶어서. 


“어떤 종류의 기억은 사람을 영영 망가뜨릴 수밖에 없”다. 


부디 격리 중인 이곳에서의 기억이 나를 망가뜨리지 않기를... 


<바비의 분위기> - 박민정 소설집 _ 격리용 숙소 침대보는 하루만에 벌써 구겨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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