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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22. 2020

26년 동안 쓴 글을 3주 만에 읽어버린다는 건

<토지> - 박경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단편소설.  

산만한 편이라 수십 권짜리 대하소설을 계속 집중해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나는 <토지>를 읽지 못했을지 모른다.  


헌책으로 구매해서 읽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21권 + 가계도


더구나 <토지>는 처음으로 사 본 헌책이었다. 덕분에 새책이 줄 수 없는 독특한 감각과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yoonsohee0316/18


21권의 소설을 읽는 데 나는 3주 정도 걸렸지만, 작가는 그걸 집필하는데 26년이라는 삶을 갈아 넣었다.  

‘갈아 넣었다’는 말로도 어쩌면 부족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나는 <토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백장을 쓰고 나서 악착스런 내 자신에 나는 무서움을 느꼈다. 어찌하여 빙벽에 걸린 자일처럼 내 삶은 이토록 팽팽해야만 하는가.

진실이 머문 강물 저켠을 향해 한치도 헤어나갈 수 없는 허수아비의 언어, 그럼에도 언어에 사로잡혀 빠져나갈 수 었는 것은 그것만이 강을 건널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전율없이 그 말을 되풀이할 수 없다.



서문에 남긴 작가의 말들을 읽어 보면, 삶을 갈아 넣었을 뿐 아니라 혼을 쥐어짜서 모두 집어넣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읽는데 3주나 걸렸다 생각했지만, 실은 너무 빨리 쉽게 읽어버린 건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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