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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이사, 어디쯤 와 있나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이병률 시집

by 윤소희

아직 여름일 때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들어왔다. 칭다오에 격리되어 있는 지난 열흘 사이, 나도 모르게 문득 가을이 되었다. 눈을 떠 보면 서늘한 바람에 나도 모르게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사를 한다

나도 모르는 이사를 하고

싼 적 없는 이삿짐을 푼다


언제부턴가 그리 되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이사

명치께에서 명치 끝으로의 이사

생각에서 생각으로의 이사

이상하게 그때는 항상 가을이었다


그 가을이었다

낯선 곳에다 짐을 내려놓고는

잠깐 자려고 눈을 붙였다가 떴는데

창문 바깥 해바라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서 놀랐다


(이병률의 시 ‘가을날’ 중 일부)




창문 바깥을 보니 해바라기 대신 둥글넓적한 그릇에 한가득 담긴 푸릇한 대파들이 보인다.

싼 적 없는 이삿짐을 풀기 전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이사, 지금 어디쯤 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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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이병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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