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중 음식으로 스스로를 고문하는 심리는?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격리 중 배가 고프지는 않은데, 먹고 싶은 건 끝없이 열거할 수 있다. 매일 비슷하게 제공되는 느끼한 중국식 도시락에 질린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쩌자고 나는 이런 책을 골라 읽었을까. 

(‘밀리의 서재’에서 e-book을 빌려 읽었다. 종이책이 좋지만 격리 중에는 어쩔 수 없다.) 

<오늘 뭐 먹지?> - 권여선

“걀쭉하니 한 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로, 얇고 쫄깃한  피 속에 구기와 야채가 들어 있고 씹으면 뜨거운 육즙이 살짝 배어 나오는, 맛이 아주 기가 막힌 만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지져낸 녹두빈대떡에 매운 어리굴젓을 얹어 먹으면 맛있다.” 

“따끈한 호박잎 위에 뜨끈한 깡장과 밥을 얹어 쌈을 싸 먹으면 이에 불이 난다. 불이 나긴 나는데, 요즘 매운 음식처럼 불만 나고 마는 게 아니라 가슴속 깊숙이 구수하고 복잡하고 그리운 불이 난다.” 

“뜨거운 밥을 구운 김에 싸 먹고 차디찬 동치미 무와 국물을 떠먹으면 그 조합이 기가 막혔다.” 

“무를 갈치 몸통 두께보다 조금 두껍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갈치 얹고, 양념장 뿌리고, 물 부어 보글보글 끓인다. 마지막으로 무를 나박나박 썰어 마늘 한 톨 눌러 넣고 된장국을 끓이는데, 이때 공짜로 얻어 온 게다리를 넣으면 보통 보람찬 게 아니다.” 

“튀기지 않은 찐 어묵을 파는데, 어묵이 얼마나 담백하고 쫄깃한지, 국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시원한지 모른다. 해장으로 꼬불이 어묵 한 꼬치에 국물 두 컵을 마시면 속이 든든하고 술이 다 깬다.” 

“삐득삐득 고등어 중 한 마리는 바작바작 굽고 한 마리는 감자 깔고 땡초 넣은 양념에 맵게 조렸다. … 뜨거운 밥 한술에 구운 고등어 살을 뜯어먹는 맛은 기름지고 고소하고, 소주 한 모금에 땡초 곁들여 조린 고등어 살을 먹는 맛은 배릿하고 칼칼하다. 고등어조림의 감자를 잘라먹거나 아욱 된장국을 떠먹으면 입안의 비린내가 싹 가신다." 

입안에 침만 잔뜩 고인 상태가 되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없는 고통은 점점 커진다. 

격리 중에 먹을 수 없는 맛깔스러운 음식이 잔뜩 등장하는 에세이를 골라 읽는 건, 저자가 한 여름에 독이 오른 땡초를 잔뜩 다져 넣은 매운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를 고통 속에 집어넣는 것과 비슷한 심리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