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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28. 2020

'내 동생이 아깝다고 3박 4일 지랄해도 마땅할'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박연준, 장석주

‘순하게 빛나는 것들을 좋아하’는 시인, 박연준. 

‘서재와 정원을 사랑’하는 시인, 장석주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함께 시드니로 한 달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쓴 에세이를 묶은 결혼 선물 같은 책이다. 

마냥 축하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지는 못했다. 

어린 내 동생이 아깝다고 3박 4일 지랄해도 마땅할 일’이라고 뒤표지에 쓴 김민정 시인의 말에 동의했는지, 장석주 시인이 쓴 글 부분을 읽을 때는 조금 심술이 나기도 했다.
 

아내가 혼자 울다 잠들게 하는 남편의 매정함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발견할 때는 더욱더. 


웬 오지랖인지. 

서로 사랑하고,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하다는데. 

나도 모르게 ‘언니’의 마음자리에 섰나 보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박연준, 장석주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아마도 장석주의 편지 문구)


상처는 두렵지 않다. 후회가 두렵다. (박연준)


그날 나는 와인 한 병이 되어 누워 있었지만, 아침이 되니 쏟아진 적 없는 와인이 되어 있었다. (박연준)


삶이 진부함에 물드는 것은 거짓과 피상성 떄문이 아니라 비밀의 탕진이 그 진짜 원인이다. (장석주)


아름다움은 권태와 허무함이 뒤섞인 감정을 끌어올리며 돌연 사람을 침울과 슬픔의 계속으로 내동댕이친다. 아름다움이 슬픔은 아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마음을 슬픔에 잠기게 한다.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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