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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30. 2020

'혼자의 품격'을 얻은 자만이 그런 손길을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사람을 피해서 떠난 나와 사람을 찾아 떠나온 노부부.  
두 길의 감성 차이는 선명했지만, 살고 싶어하는 방향이나 온도는 다르다고 냉정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관계는 거의 늘 상처를 준다. 

그 상처를 피해 떠나는 사람과 그걸 보듬어 끌어안는 사람이 있다. 

나는 피하는 쪽이고, 자석과 반대로 종종 같은 극을 끌어당긴다. 


아침에 뜻밖의 이별 통보를 받고, 마음은 가을을 건너뛰어 한겨울마냥 얼어붙고 있었다. 

차가운 한낮을 보내고 저녁이 되자 문득, 

예기치 못한 선물이 배달되었다. 


온몸을 따스하게 보해주는 쌍화청과 말차 시럽,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홍차 ‘정산소종’까지. 


뜻밖의 선물 _ 쌍화청, 말차시럽, 정산소종 홍차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이 차이를 인간이 혼자여서 은연중 내뿜는 광채와 혼자일 수 없어서 광채가 나지 않는 시들시들함에 비유하련다. 그 둘은 드러나지 않는 듯 드러나고 드러나는 듯 숨는다.


쌍화차는 피로회복, 간 기능 향상, 혈액순환, 면역령 증강에 도움이 된다


뜨끈한 쌍화차 한 잔을 천천히 마셨다. 몸속 깊은 곳에서 뜨겁고 묵직한 것이 딱 버티고 지탱해주는 듯했다. 

제대로 혼자일 수 없어 시들시들해지고 있던 나를 힘 있게 붙들어주는 손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 '혼자의 품격’을 얻은 자만이  

그런 단단하면서도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거겠지.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Mamihlapinatapai(마밀라피나타파이)다. 칠레 최남단 섬에 사는 소수민족인 야간 족이 쓰는 단어로 뜻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어떤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먼저 마음을 앞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이다.


“글을 쓰는데, 그나마 사람들이 그 글을 읽어주는 건요?”
...
 “그건 자기를 지키고 있어서예요. …”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아닌가요. 어떤 것에 의해 우리는 자신을 쉽게 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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