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우 식당> - 장진우
칭다오에서 2주 격리되기 위해 짐을 쌀 때, 책을 많이 넣을 수 없었다. 사실 격리 중 책보다 좋은 벗이 없을 텐데, 나는 혼자가 아니라 챙겨야 할 아이들이 있었다. 결국 내 책은 딱 세 권만 넣었고, 아껴 읽었음에도 금세 다 읽고 말았다.
그럼에도 위로가 되었던 건 ‘밀리의 서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북을 좋아하지 않지만, 책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북이라도 읽을 수 있다니.
<장진우 식당>도 밀리의 서재에서 만났다.
단 하나의 테이블. 여덟 명만을 위한 식사.
오늘은 어떤 사람이 올까?
오늘 같이 쓸쓸한 명절, 서울에 있다면 장진우 식당의 테이블 한쪽에 앉고 싶다.
단 여덟 명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고 나면 싸늘했던 속도 따스하게 덥혀지지 않을까.
예쁘면 위험하다. 가격도 많이 비싸고, 그걸 깨거나 훔쳐 가는 날엔 번 돈을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집어 들고 마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주는 정신적 피폐함보다 지갑이 피폐한 게 나아!’란 심정 때문이었다. 디자인이 딱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고 싶고 그랬다.
용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고 두려워도 계속 하는 것이란 얘기가 있다. 용기가 있는 거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고. 두려움을 견디면서,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는 게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