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격리 Day 1
"청도 호텔 격리 시설 후기 보니.. 정말 청도로 가고 싶은 맘이 일도 없어요.”
“아 칭다오 후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비행기 취소하고파요.”
격리 첫날 몸이 이미 많이 무너져 내린 데다 인터넷 접속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렵게 공항에서 숙소까지 들어온 후기를 올렸다. 중국에 들어오기 전 격리 후기를 열심히 검색했지만 많지 않아, 격리 후기만큼은 최대한 열심히 써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격리되어 있는 숙소 사정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피하고 싶다고 한다. 나 역시 물론 미리 알았더라면 피했을 것이다. 시설은 다른 곳보다 열악한데, 오히려 숙소 비용은 더 비싸다. 나와 아이 둘이 하루 660 RMB (한화 약 11만 5천 원)를 내고 감옥 체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디쯤인지 모른다. 칭다오 공항에서 숙소까지 버스로 1시간 정도 이동했다. 공항에서 긴 검사를 끝내고 줄을 서 팔에다 번호표를 하나씩 붙인 후, 이곳으로 끌려왔고 감금되었다. 그나마 아이들과 함께 감금되어 감사하면서. (큰 아이가 만 12세인데, 만 12세부터 혼자 격리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보통 ‘격리 호텔’이라는 말을 쓰는데, 도무지 ‘호텔’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는 시설이라, 일부러 ‘격리 숙소’라고 부르고 있다. 그럼에도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등 최악은 아니라 감사하고 있다. 3인실을 얻어 너무 답답하지 않고, 창문이 그래도 큰 편이라 밖을 보며 숨을 쉬어볼 수 있고, 바닥이 카펫이 아니라 내가 닦아 청소할 수 있어 다행이다.
중국에서 14년 이상을 살았으니 중국 음식은 잘 먹는 편이다. 아이들도 맵거나 지나치게 짜지만 않으면 잘 먹는 편이다. 미리 격리한 분이 귀띔해줘 돗자리를 가져왔기에 돗자리 위에서 난민처럼, 또는 소풍 온 것처럼 그렇게 먹는다.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간식으로 먹고, 가져온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커피 한 잔 하면 그런대로 격리 식생활도 버틸 수 있을 듯하다.
물 때문인지 하루 종일 설사를 했다. 다행히 꿀 한 병을 챙겨갔기에 꿀물을 마시며 속을 달랬고 하루 만에 겨우 멎었다.
문밖을 나갈 수 없으니, 하루 종일 침대에 앉아 보내기 쉽다. 달리 앉거나 서 있을 곳이 마땅치 않기도 하고. 매일매일 억지로라도 계획을 세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위험하다. 하루 최소한 5천 보는 방 안에서 걸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푸시업이나 플랭크도 하게 했다.
VPN을 켜서 겨우 브런치와 블로그, 인스타, 페북 등을 접속해 본다. 로그인해서 들어가는데만 긴긴 시간이 걸린다. 계속 빙글빙글 돌며 로딩한다는 표시를 끝없이 바라봐야 한다. 겨우 반가운 글들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도, 다시 들어가면 ‘좋아요’가 사라져 있기도 하다.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런 듯. 몸이 감금되었는데, 온라인 상에서조차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다는 사실에 몹시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겨우 격리 생활 하루를 넘겼다. 부디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기를. 한국에서 자유를 너무 오래 맛보았던 모양이다. 14년의 중국 생활 경험이 7개월 만에 무너져 내리다니.
(이 글을 쓴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업로드 하는 데만 1시간 반이 더 걸렸습니다. 발행 직전에 에러가 나서 날아가기도 했고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