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 격리
격리가 시작되고 한동안 방호복을 입고 나타나 소독약을 뿌려대는 의료진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바이러스 취급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들 역시 격리자였다.
위챗으로 의료진에게 하루에 두 번 체온 보고를 한다. 하루는 불편한 데가 있으면 얘기하라는 의료진의 말에 혹시 비타민 B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구내염으로 고생 중이기 때문이다. 구급약 몇 가지밖에 없어 다른 약을 사려면 호텔 매니저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료진도 우리처럼 숙소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출퇴근할 거라 생각했던 그들 역시 우리처럼 격리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몹시 놀랐다. 우리는 2주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들은 또 다른 격리자들과 다시 격리에 들어가겠지. 얼마나 자주 집에 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감옥 같고 지옥 같다고 여기는 이 생활을 훨씬 오래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택배로 물건 시킬 때 변질되기 쉬운 식품류는 주의해달라는 의료진의 메시지가 왔다. 우리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불편한 자세 때문에 허리 통증이 있어 허리교정 의자를 주문했는데, 그 택배 상자가 주의를 끈 모양이다. 무게는 1킬로도 되지 않지만 부피가 너무 컸던 것이다. 너무 큰 걸 주문해서 의료진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세교정 의자 사진을 보냈더니 자기도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첫날 숙소에 들어왔을 때 고생했다는 답이 온다. 집 떠나 고생한다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하얀 방호복 속에서 비로소 인간이 보인다. 의료진이나 격리자나 예기치 못한 상황 아래 그저 외롭고 힘들어하고 있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마음은 따뜻한 차 한 잔과 간식거리라도 건네고 싶지만, 내 손에서 나가는 것은 전부 의료 폐기물이 되니 전할 수 없다. 대신 그들의 노고와 따스한 마음을 기억하기로 한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