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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18. 2020

의료진은 무슨 죄로 갇혀 있나

중국 칭다오 격리

격리가 시작되고 한동안 방호복을 입고 나타나 소독약을 뿌려대는 의료진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바이러스 취급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들 역시 격리자였다. 


우리 격리 숙소에 배치된 의료진


위챗으로 의료진에게 하루에 두 번 체온 보고를 한다. 하루는 불편한 데가 있으면 얘기하라는 의료진의 말에 혹시 비타민 B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구내염으로 고생 중이기 때문이다. 구급약 몇 가지밖에 없어 다른 약을 사려면 호텔 매니저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료진도 우리처럼 숙소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출퇴근할 거라 생각했던 그들 역시 우리처럼 격리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몹시 놀랐다. 우리는 2주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들은 또 다른 격리자들과 다시 격리에 들어가겠지. 얼마나 자주 집에 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감옥 같고 지옥 같다고 여기는 이 생활을 훨씬 오래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의료진과의 위챗 대화


택배로 물건 시킬 때 변질되기 쉬운 식품류는 주의해달라는 의료진의 메시지가 왔다. 우리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불편한 자세 때문에 허리 통증이 있어 허리교정 의자를 주문했는데, 그 택배 상자가 주의를 끈 모양이다. 무게는 1킬로도 되지 않지만 부피가 너무 컸던 것이다. 너무 큰 걸 주문해서 의료진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세교정 의자 사진을 보냈더니 자기도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첫날 숙소에 들어왔을 때 고생했다는 답이 온다. 집 떠나 고생한다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하얀 방호복 속에서 비로소 인간이 보인다. 의료진이나 격리자나 예기치 못한 상황 아래 그저 외롭고 힘들어하고 있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의료진과의 위챗 대화


마음은 따뜻한 차 한 잔과 간식거리라도 건네고 싶지만, 내 손에서 나가는 것은 전부 의료 폐기물이 되니 전할 수 없다. 대신 그들의 노고와 따스한 마음을 기억하기로 한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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