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Sep 18. 2020

격리 중에 듣기에는 결코 괜찮지 않은 소식

울고 싶을 때 뺨 때리는

이틀 전부터 한국에서 계속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을까. 


중국 폰 번호가 나도 모르는 사이 해지가 되었다. 중국 입국 준비를 할 때에야 부랴부랴 확인하니, 요금을 계속 안 내 6월 초에 ‘해지'가 되었다고 한다. 별 수 없이 한국폰 번호를 정지시키지 않고, 격리 기간 중 로밍해서 사용하고 있다. 


*내 번호가 ‘정지’ 또는 ‘해지’되었는지 아는 가장 간단한 방법 -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본다. ‘팅지(停机)’라는 소리가 나오면 ‘정지’, ‘콩하오(空号)’라는 소리가 나오면 ‘해지’. ‘정지’가 되었다면 바로 돈을 충전하면 (=요금을 내면) 쓸 수 있는데, ‘해지’가 되면 전화번호가 사라진 것이기에 복잡해진다.   

** 해지된 지 3개월 내면 내 신분증 사본을 들고 지인이 이동사 영업점에 가면 번호를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3개월이 넘으면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들고 가야 한다. ('中国移动'의 경우)


드디어 그 전화를 받았다. 한국 출국 직전에 한 건강검진 결과에 관한 것이었다. 추가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격리 중이기 때문이었을까. 그저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전화 한 통이 마치 ‘암 선고’, 그것도 ‘말기암’ 선고처럼 들렸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그게 별거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지만, 전화를 받고 몇 시간 동안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울었다. 별것 아닌 소식이지만, 낯선 땅에서 격리 중인, 그래서 이미 반쯤은 허물어진 사람이 듣기에는 결코 괜찮지 않은 소식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 ‘병변'이라는 게 별거 아니란 걸 알았다 해도 여전히 눈물이 난다. 검사 결과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격이라고 할까. 그걸 핑계로 맘껏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전 07화 의료진은 무슨 죄로 갇혀 있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