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웃이 먼 가족보다 낫다
추석이라고 하는데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니 그저 한없이 쓸쓸한 하루를 보냈다. 아이가 갑자기 목이 아프다고 해서 급하게 병원까지 다녀오느라 많이 지쳐 있었다.
저녁에 약속 시간은 좀 늦었지만 초대해 준 집으로 향했다. 명절임에도 한국에 들어가지 못한 몇 가정이 모여 함께 만두를 빚었다. 찰흙놀이를 하듯 조몰락거리며 다양한 모양의 만두를 빚어내는 아이들 손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났다. 금방 빚은 만두로 만둣국을 끓이고 (아마도 며칠은 준비했을) 명절 음식으로 풍성한 저녁 식탁을 함께 나눴다.
여섯 가정이 모여 윷놀이 판을 신나게 벌이고, 선물도 나눠 가졌다. 왁자지껄, 까르르, 한동안 잊고 있던 '기쁨의 소리’를 들으니 뱃속 깊숙이 박혀 있던 ‘쓸쓸함’이 스르르 빠져나간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이들이 진짜 ‘가족’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미 많은 시도들이 있지만, 가족의 정의를 다양하게 내리고 범위를 넓혀서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을 수 있는 관계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혈연과 관계없이 주위에 많은 가족들이 생겨 쓸쓸하게 소외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었으면.
집으로 돌아갈 때, 남은 만두를 싸주셨다. 다음 날 아침까지 해결되니 어쩐지 든든하다. 각자의 개성이 듬뿍 담긴 남은 만두를 하나하나 집어 들 때마다, ‘이건 oo가 만든 거다’하고 하나하나를 웃으며 떠올릴 수 있겠지. 자칫 쓸쓸하게 지나갈 뻔했던 명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이 곁에 있어 포근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