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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Oct 16. 2020

아침마다 시리얼을 먹이는 게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니

<밥상의 말> - 목수정

먼 나라에 와서 엄마 노릇을 시작한 나의 음식들은 매번 흔들리는 맛이었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엄마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저자가 음식과 관련한 에세이를 냈다는 걸 알고 주저 없이 바로 읽게 되었다. ‘매번 흔들리는 맛’을 내며 요리한다는 게 어떤 건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저자가 나눈 추억에 대한 공감보다 책에서 얻은 충격적인 정보가 더 크게 다가왔다. 주변에 자폐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다 보니 피부에 더 와 닿은 듯. 


“자폐증은 미국에서 점점 더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이 질병을 앓는 아이들의 수는 1960~1970년대에 5만 명당 1명에서 2014년엔 50명당 1명으로 늘었다. 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지금의 속도가 지속될 경우, 이 수치는 2050년에는 12명당 1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마리-모니크 로뱅 <에코 사이드> 중) 

2016년 마리-모니크 로뱅이 시카고에서 열린 자폐증 관련 세미나에서 만난 ‘미국을 횡단하는 엄마들’ 협회 회원들의 생각도 그녀와 같았다. 이 협회는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화학물질들이 유발하는 모든 피해에 대해 미국에 있는 엄마들의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2013년 설립된 미국 엄마들의 조직. … 문제의 주범으로 유전자 조작 식품과 글리포세이트를 지목하고 있다. 


자폐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 유전자 조작 식품과 글리포세이트*를 지목한 것이다. 특히 이 협회 설립자의 둘째 아들이 여덟 살 무렵 자폐 진단을 받았는데, 그 아이는 세 아들 중 유일하게 시리얼을 아침으로 먹는 아이였다고 한다. 자폐 원인을 추적하던 중 시리얼에 들어 있는 곡물들이 글리포세이트에 적셔저 키워진다는 걸 알게 되었고, 유기농산물로 식탁을 완전히 채우자 아들의 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물론 자폐의 증상과 단계, 원인도 다양하지만, 글리포세이트가 핵심적 원인 중 하나라는 건 여러 연구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고. 


이 부분을 읽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자폐로 고통받고 있는지 알기에. 심지어 이런 사실을 대부분의 개인은 알지도 못한다. 기업의 이윤 때문에 입 다무는 정부에게 화가 난다. 


"정크 푸드 흡입의 결과물일 수 있는 체내에 과잉 축적된 글리포세이트가 그들에게 실질적인 독이 되어 난폭하고 반사회적이며, 반인륜 상태적인 인물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DHD도 음식물을 통한 농약 섭취가 그 원인 중 하나로 보고된다.”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비록 서툰 요리 솜씨로 매번 ‘흔들리는 맛’의 음식을 만들지라도,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안전한 밥상을 제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공부하고 애를 써야 하는 걸까. 점점 더 엄마라는 자리가 버겁게 느껴진다. 


(*글리포세이트 - 1974년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에 들어가는 주요 성분. 2000년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몬산토의 독점권이 해제되면서 매년 5억 톤 정도가 사용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양으로 알려져 있다.)  


<밥상의 말> - 목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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