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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Oct 23. 2020

홀로 설 수만 있다면 차라리 못생기고 자신만만한 잡초가

<마음챙김의 시> - 류시화 엮음

시를 읽으며 내 마음을 챙겨 본다. 


늘 비교당하느라 피곤한  

조금이라도 나으면 시기와 질투로, 조금이라도 못하면 멸시와 조롱으로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을. 


오늘도 한껏 짓밟히고 들어와 시를 읽었다. 


"비옥한 골짜기에 무리 지어 자라며 
찬사를 받고 길러지다가 
결국은 탐욕스런 인간의 손에 뽑혀 버리는 
좋은 향기가 나는 꽃이기보다는 
차라리 모두가 피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잡초가 되리라.” 


"강하고 자유롭게 홀로 설 수만 있다면 
차라리 못생기고 자신만만한 잡초가 되리라.” 


훌리오 노보아 폴란코 ‘나만의 생’ 중



짓밟혀도 잘 자라는 게 또 잡초 아닌가. 

시를 읽으며 한껏 밟힌 나 자신이 ‘못생기고 자신만만한 잡초’가 된 것 같아 아주 조금 당당해질 수 있었다. 


“누구나 저마다의 시가 있다. 생의 뒤편 어딘가에 적어 놓고 온, 현실을 살아가느라 잊어버린 순수의 시가. 예이츠가 말했듯이 인간은 여러 현을 가진 악기와 같으며, 그중 몇 줄은 일상생활의 좁은 관심사들에 의해 소리를 내지만, 나머지 현들은 사용되지 않고 잊힌 채로 있다.” 
엮은이 류시화의 말 중 



연주되지 못한 현들은 그 존재마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쩌면 그 현들을 연주할 수 없었던 건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두려워했기 때문은 아닐까.

차라리 ‘눈에 띄지 않는 잡초’여도 좋으니, 아직 소리 내보지 못한 그 현들을 이제는 연주하고 싶다. 


<마음챙김의 시> - 류시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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