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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Nov 10. 2020

빈 손바닥이 오히려 닮았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쥐고 있던 주먹을 처음으로 

펼쳐 본다. 

손가락 하나씩을 세울 때마다  

바스스 부서지며 흩어지는 


바랜 얼굴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었지만 

흩어진 재들은 바람에 실려 금세 사라져 버렸다. 


텅 빈 손바닥을 오래 바라본다. 

그동안 꼭 쥐고 있던 건 

어쩌면 처음부터 네 얼굴이  

아니었을 지도. 


빈 손바닥이 오히려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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