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아파해야 할 가슴만 녹슬어 가고
아주 조용히
- 안도현
가슴이 아프다 마는 정도가 아니라 가슴이 빠개지는 일이 좀 있어야겠다.
함께 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그런 말들은 되도록 아껴야 한다. 말이란 아낄수록 빛이 나기 마련이다.
세상에 태어나 조용히 녹슬어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에 태어나 조용히, 아주 조용히…… 녹슬어 가는 일은…….
세상에 태어나 조용히 녹슬어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쇠붙이가 산화하여 빛이 변해갈 때,
벗겨지고 부서져 가는, 그 살갗이 오죽이나 아플까.
그럼에도 '조용히, 아주 조용히…… 녹슬어 가는 일은’ 얼마나 아른다운가.
그러나 난,
한 방울의 피에도, 자그마한 상처에도
아프다고 엄살을 피워대면서도
정작 아파해야 할 가슴은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려두어 낡고 무디어져만 간다.
제대로 ‘녹슬어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녹슬다
1. 쇠붙이가 산화하여 빛이 변하다.
2. (비유적으로)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려두어 낡거나 무디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