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눈을 감아버리자

투명한 유리벽을 보는 법

by 윤소희

마흔


-최승자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지

이 다음 발걸음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려가는 거라고.

그러나 사십대는 너무도 드넓은 궁륭같은 평야로구나.

한없이 넓어, 가도가도

벽도 내리받이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곳곳에 투명한 유리벽이 있어,

재수 없으면 쿵쿵 머리방아를 찧는 곳.


그래도 나는 단 한 가지 믿는 것이 있어서

이 마흔에 날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 아니라,

정말 높은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대로 몸을 날려 이 세상을 떠나 버리고 싶었고,

몸을 날리는 대신 달리기 시작하자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마흔이 되자...

‘너무도 드넓은 궁륭같은 평야’라…

가도 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그저 걷고 또 걷는데…

절벽도, 내리막길도 없는데

난 또 왜 이리 자주 넘어지는지…


그것이 '투명한 유리벽’ 때문이었던가?


사십 대의 ‘드넓은 궁륭 같은 평야’에서 두 눈은 무용지물.

아예 눈을 감아 버리자.

영혼의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