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물 나는 날

사랑이 지구 안에 머물고 있다면_류근

by 윤소희

사랑이 지구 안에 머물고 있다면


- 류근


아침부터 눈물 나는 날 있다.

아침부터 눈물 나서,

독한 술 한 잔으로 피를 바꾸고 싶은 날 있다.

질 나쁜 사랑이 끝나고 홀연 무례한 인생만 남겨

졌을 때, 비로소 가을을 앓는 지상의 나무들이

보이고 흐려진 지붕들이 보이고 멀리 가는 슬픔

이 보인다.

나는 불친절한 별에 와서 너무 오래 떠돌았으니

아침부터 눈물 나는 세상조차 이토록 신비하고

고요한가.

먼 길 바라보는 새 떼들 곁에서 길을 잃으면

계절은 깊은 종소리 무덤 같고

술집 간판마저 비스듬히 몸매를 흐린다.


아아, 아침부터 눈물 나는,

아침부터 눈물 나는 날이 너무 흔해서

내 슬픔 이토록 아름다운가.


내 슬픔 이토록 내 안에 찬란한가.




'아침부터 눈물 나는 날’ 오히려 기뻐해야 할까.

아침부터 밤까지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니.


‘무례한 인생만 남겨졌’다고

‘불친절한 별에 와서 너무 오래 떠돌았’다고

습기 한 점 없이 딱딱하게 마른 가슴으로

메마른 불평을 쏟아내고 있을 때


문득, 시선을 들어 바라본다.

‘먼 길 바라보는 새 떼들’을

'비스듬히 몸매를 흐’리는 ‘술집 간판’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슬픔 안에서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내가 바로 무례했음을.

사실은 내가

친절한 별에 와서 너무 오래 떠돈 불친절한 이방인이었음을.


독한 술을 눈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이른 아침이라도 독한 술을 입에 털어 넣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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