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사람을 위로할 수는 없잖아요!

아내를, 남편을 짐이나 가구로 여길 때

by 윤소희

가구


-도종환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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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은 나와 아이들을 짐처럼 여기고 있어요. 밤늦게까지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남편을 위로하고 싶은데, 정말 위로하고 싶은데... 그런데, 짐이 사람을 위로할 수는 없잖아요.”


"짐이 사람을 위로할 수는 없잖아요”라는 그녀의 말이 머릿속을 오래도록 맴돌았다.

어떻게 들으면 참 코믹한 표현인데, 웃음이 나오지 않고 묵직한 슬픔이 가슴을 치고 지나갔다.


아내를, 그리고 남편을

짐으로, 그리고 가구로

보기 시작하는 순간.


아내는, 그리고 남편은

짐이, 그리고 가구가

된다.


짐은 사람을 위로할 수 없고

가구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없고

짐도, 가구도,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