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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n 16. 2021

유다, '배신' 그리고 '공감'에 관해

아모스 오즈 <유다>

‘히브리 문학의 아버지’ 아모스 오즈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평화주의 활동가로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주장했다. 그 때문에 많은 이스라엘인들로부터 친팔레스타인 편향의 극좌 지식인으로 공격받고 때로는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저는 줄곧 두 국가 두 민족이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저를 반역자라고 비난합니다.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거나 틀리다는 시각은 버려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선 두 체제를 인정해야 합니다.”
-2015년 박경리 문학상 시상식에서 한 말 중


같은 인물(예수)를 두고 크리스천인 나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유대인의 시각, 그리고 그보다는 조금 완화된 아모스 오즈의 관점을 글로 읽고 나니 공감의 지경이 넓어진 것 같다.  


아모스 오즈 <유다>


“저는 유대인들이 기독교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예수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어요. 예수는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유대인으로 죽었어요. 그는 한 번도 새로운 종교를 창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바울로, 다르소의 사울인, 그가 기독교를 창시했던 거죠. 예수는 스스로 분명하게 말한 적이 있어요. ‘나는 토라의 한 획이라도 바꾸려고 온 것이 아니다’ 만약 유대인들이 그를 받아들였다면, 역사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되었을 거예요.”

"그(예수)는 유대교에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던 온갖 제의적인 군더더기를 전부 제거하고, 제사장들이 길러 내고 바리사이인들이 덧씌운 뿌다구니 지방 덩어리들을 정화하려고 했었죠. 그러니까 당연히, 제사장들은 그를 적으로 간주했고요.” 

"저는 단 한 순간도 예수가 신이라거나 신의 아들이라고 믿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그를 좋아해요." 

-아모스 오즈 <유다> 중


소설 속 주인공의 입을 통해 작가의 마음을 슬쩍 들여다볼 수 있는데, 생명과 평화에 대한 사랑 때문에 ‘배신자' 소리를 들어야 했던 작가의 마음이 어땠을지… (소설은 '배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신념의 아주 작은 차이 하나가 사람을 극과 극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마저 느낀다. 


*대화 중 수없이 등장하는 구약 성경 인용이 흥미로웠다. 덕분에 각주가 297개나 달리는데… 

마치 수많은 사자성어를 모르면 중국 지식인들의 대화에 낄 수 없는 것처럼, 구약을 모르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 유대인들이 예수를 이름조차 언급하는 걸 피하려고 '그 사람'이라고 호칭한다는 것과, '가룟 유다 = 유대인 = 배신자'라는 도식 때문에 가룟 유다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피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중국에서 유료 vpn을 사용하는데도 브런치 접속이 어려워져 틈이 열릴 때만 글을 올리다 보니, 자주 올리지 못해 아쉬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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