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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l 09. 2021

'빨강' 날개를 뽑아 버리는 대신 잘 숨기고 버텨주길

앤 카슨 <빨강의 자서전>

지난번에 <남편의 아름다움>을 읽은 가벼운 전율을 느꼈기에, 시로 쓴 소설 <빨강의 자서전>을 이어 읽었다.


 

앤 카슨 <남편의 아름다움> <빨강의 자서전>


이 소설을 다 이해했냐고 말한다면 글쎄… 

책을 읽을 때 한 번도 ‘이해’를 목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이해 못 하는데 누구를, 또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냥 통째로 삼키는 편이 좋다, 그대로… 


“어쩌면 그는 미쳤는지도 모른다. 7학년 때 
이 고민에 관한 과학 과제를 한 적이 있었다. 
색깔이 내는 소음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기 시작한 해였다. 
장미들이 
정원에서 그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는 밤에 침대에 누워 별들이 내는 은빛이 창문 방충만에 충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과학 과제를 위해 
그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낮의 태양 아래서 산 채로 불타는 
장미의 비명을 
듣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말 울음소리 같아. 게리온이 이해를 돕기 위해 말했다.” 

-앤 카슨 <빨강의 자서전> 중


“앤 카슨은 캐나다의 문예지 <브릭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게리온의 괴물성에 매료되어 그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모두 거의 항상 자신이 괴물이라고 느끼니까요.” 

농담이나 비꼬는 말이 아닌 진지한 단언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괴물성’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단순히 비정상적이고 괴이하기만 한 무엇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다. 몰개성의 잿빛 바다에서 빨강으로 선명하게 존재하는 것.” 

- <빨강의 자서전> 옮긴이의 말 중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빨강’을 지우고 잿빛으로 산다. 

나 역시 맞아서 아플 때마다 ‘빨강’을 열심히 지워왔고...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발하고 개성적인 답을 하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더니 ‘몰라요’로 일관하는 걸 볼 때 마음이 아프다. 

부디 ‘빨강’ 날개를 뽑아 버리는 대신 살짝 숨기는 정도로 버텨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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