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 보더(boogie boarder)들의 천국
하이커우(海口)에서 그 넓은 비치를 독차지할 때도 조금 시큰둥했던 아이들이 싼야(三亚)에 도착한 첫날, 숙소 앞에 있는 바다*를 보고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높은 파도 때문이다. 파도가 높아 서핑하기에 좋은 바다. 그러고 보니 수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서퍼들만 몇몇 보였다.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줄지어 선 가게마다 서프보드(surfboard)나 튜브 등을 빌려주는데 아이들이 찾는 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딱 한 집에서 부기 보드(boogie board) 2개를 발견했다. 서프보드는 한 번 타기 위해 보드 위에 엎드려 손으로 열심히 저어 파도에 맞서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그 ‘노동’의 과정을 생략한 채, 가볍게 파도를 탈 수 있는 부기 보드를 훨씬 좋아하는데, 이 넓은 바다에 부기 보드 딱 두 개가 아이들을 위해 맞춤하게 준비되어 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점심을 먹기 위해 내가 부를 때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파도를 탔다. 무섭게 덮쳐 오는 파도를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가볍게 타 넘고는 깔깔대는 아이들. 평생 동안 물을 두려워했던 나는 그런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땡볕에 앉아 있었다.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가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그걸 타고 넘는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하며…
저녁 무렵, 이미 현지인처럼 새카맣게 그을린 아이들이 거울 앞에서 고개를 들어 턱을 살펴보고,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 살펴보니, 얼굴과 종아리, 발 등 여기저기에 긁힌 상처들이 보였다. 깜짝 놀라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의 대답은 의외로 씩씩했다. 파도를 타고 놀면 원래 그런 거라고… 그토록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가 아름답고 재미있기만 하겠는가. 그 속에는 돌이나 자갈, 심지어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중 뾰족한 것들이 빠른 속도로 함께 밀려온다. 깔깔대며 파도를 타고 넘을 때 여기저기 긁히고 멍드는 고통 역시 함께 웃어넘겨야 파도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고통이 없는 행복이나 아름다움은 역시 없다. 짠물이 코와 입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자갈이나 조개껍데기에 여기저기 긁히기도 하고, 거친 파도가 메어꽂을 때 바닥에 부딪쳐 멍이 들기도 해야 파도를 즐길 수 있다. 그게 두려워 멀찌감치 앉아 바라보기만 하는 나는 파도를 타며 행복에 겨워하는 아이들을 그저 부러워할 수밖에...
거친 파도를 신나게 타 넘는 부기 보더들,
인생의 파도도 그렇게 타고 넘으렴.
*싼야의 따동하이(大东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