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점
엄마는 기어이 그 점을 빼고 말았다.
엄마 하면 항상 생각나던 점. 코밑의 점이라고 해야 할까, 입술 위의 점이라고 해야 할까. 오른쪽 콧방울 끝과 오른쪽 입꼬리를 직선으로 연결한 후, 그 가운데에서 살짝 중앙으로 들어간 위치에 있던 점. 그 점이 엄마 얼굴에 매력을 더 했는지, 흠으로 작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엄마의 점은 엄마만의 특징이었다. 우리가 이산가족이라도 된다면 엄마를 찾기 위한 단서로 꼭 적을 특징.
그런 엄마만의 점을 기어이 빼버린 것이다.
50년 가까이 엄마 얼굴에 있던 점, 내가 30년 가까이 바라보았던 점. 그 점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점이 사라지자 북극성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불을 꺼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변에서 엄마에게 '재수 없는 점', '화를 자초하는 점’이니 당장 빼버리라고 한 것이다. 그런 주장에 엄마는 속수무책으로 넘어갔다. 아빠 때문이다. 결혼 전 7년이나 뜨겁게 연애를 했고, 엄마 없이는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하다고 자살 소동을 벌였던 아빠가 엄마를 떠난 것이다. 엄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사실을 해석할 프레임이 필요했다. 점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관계없었으리라. 엄마의 잘못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화를 부르는 점이 불러온 불행일 뿐이라는 사실을 엄마는 굳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화를 부른다는 엄마의 점은 엄마의 불행을 데리고 가지 못했다. 오히려 어둠과 불행은 남겨 놓고, 엄마 자체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엄마의 점이 사라진 후, 엄마 대신 낯선 여자만 남았으니까. 엄마의 점이 그립다. 이제는 빛바랜 사진 속 엄마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그 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