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 앨리스 먼로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독자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방식’에 놀라움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말이다.
다락방에 처박아 둔 낡은 물건들처럼 먼지 끼고 꾀죄죄한 느낌의 중년과 노년의 삶.
스러져가는 그 삶에서 ‘일어난 일’ 자체가 뭐 대단할 게 있겠는가?
하지만 그 일들이 ‘일어나는 방식’을 눈여겨보자니 놀라움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눈길.
손끝의 스침.
누군가의 머리끝에 대롱거리는 향기.
금방 사라져 갈, 그 사소한 것들에 던지는 시선. 그 안에서 빛을 잡아내는 능력.
잔잔해서 오히려 강렬하다.
자신의 자리를 알고 있는, 드러낼 수 없는 사랑만이 제자리에서 (누군가는 바보 같은 결말로 이어지거나 쓸쓸하게 감정이 식고 말 것이 두려워 승부수를 두지 않는 이런 사랑을 두고, 진짜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달콤한 실개천이나 지하의 암반수처럼 계속 살아남는 것이다. 그 위를 덮은 이 새로운 정적과 봉인의 무게를 안은 채 그 어떤 모험도 무릅쓰지 않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이나 자기혐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다가왔을 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이 왔다는 걸 알아차리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