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를 살린 물고기, 대구

아이슬란드 음식

by 윤소희

아이슬란드 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물고기, 대구 요리를 먹다가 문득 마크 쿨란스키의 책, <대구>가 떠올랐다.


아이슬란드 요리.jpeg 아이슬란드 식 찐 대구 (steamed cod) 요리


대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낚시나 어업에 관심도 없는 내가 36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을, 그것도 오로지 ‘대구’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는 책을 단숨에 읽었다. 대구에 관해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을까 싶었는데, 세계사와 지리, 인류학, 요리,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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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때문에 이 나라*는 불과 한 세대 만에 15세기의 식민지 사회에서 현대적인 전후의 국가로 바뀌었다.
(*아이슬란드)


-마크 쿨란스키 <대구> 중



대구는 아이슬란드인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고기다. 어업이 기간산업으로 GDP의 17%, 총수출액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고, 수산물 수출액의 약 40%가 대구다. 확실히 그동안 대구가 아이슬란드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대구를 허락도 없이 잡아갔으니 전쟁이 난 것도 이해가 된다. 1958~1976까지 3차례 발생한 아이슬란드와 영국 간의 전쟁을 대구 전쟁 (Cod War)이라 부른다. 아이슬란드 근해 지역에서 대구잡이가 발달하던 중, 영국이 해당 지역에서 대구를 무단으로 잡아가는 일이 생겼다. 아이슬란드는 자기네 영해이니 자제해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영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영해권 논쟁으로 이어져 해군 병력을 동원한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대구 전쟁은 사상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전쟁 아닌 전쟁이다. 아이슬란드 측에서 1명의 사망자가, 영국 측에서 1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으나 전투로 인해 생긴 피해는 아니었다. 아이슬란드 측 사망자는 배를 수리하던 중 용접 장치에 감전되는 사고로 생겼고, 영국 측 부상자는 배를 묶은 밧줄을 절단하던 중 어부 1명이 잘못 튕긴 밧줄에 맞아 생긴 것이었다.


어쨌거나 아이슬란드는 긴 대구 전쟁을 통해 대구 산업에만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 산업을 다각화했다.


여행 중에도 늘 읽었던 책이 떠오르고, 책을 읽으면서 다음 여행지를 꿈꾼다. 책과 여행이 남은 삶에도 늘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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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요리

양고기 수프, meshed potato가 아니라 meshed fish (으깬 생선) 요리, 훈제 송어와 훈제 양고기를 아이슬란드 특유의 호밀 빵인 플라트카카 / 루그브뢰이드에 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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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요리


발효된 상어 고기. 냄새가 역하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농업이 발달하지 않아 빵을 먹는 게 사치로 여겨지던 시기에 빵 대신 말린 생선을 버터에 발라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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