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블루라군
바다에 가도 모래사장에서 햇볕을 즐길 뿐 바닷물에는 발도 담그지 않는다. 제일 피하고 싶은 죽음은 '익사'라고 답할 만큼 물을 싫어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블루라군의 지열 스파 풀에 몸을 담그고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싫어한 건 '물'이 아니라 '차가운 물'이라는 걸.
누군가는 털모자에 목도리, 두툼한 패딩을 입고 걷는 곳을 다른 누군가는 수영복만 입은 채 젖은 몸으로 걸으면서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충분히 온기로 덥힌 후에는 찬 바람이 견딜 만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 모습이 퍽 기이하게 느껴졌지만, 실은 우리 삶을 닮았다. 누군가에게서 온기 어린 말을 듣거나 다정한 대우를 받은 후에는, 세상의 냉기도 견딜 만하다. 같은 어려움을 겪어도 직전에 누군가로부터 온기를 공급받았다면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물론 젖은 몸으로 바깥을 장시간 걸을 순 없다. 몸이 식기 전에 얼른 온천수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온기 어린 말과 관심을 받지 못하면 작은 상처에도 마음이 급속히 얼어버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번의 뜨거운 애정이 아니라 적당한 온기와의 잦은 접촉 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