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캬비크 시내버스
아이슬란드를 '얼음과 불의 나라'라고 부르지만, 실은 '바람의 나라'가 아닐까? 이러다 정말 날아가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바람에 얼굴과 온몸을 사정없이 두들겨 맞았다. 아무리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것도 바람 때문이었다.
작은 도시라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딱 맞춤했는데, 매서운 비바람 때문에 도무지 걸을 수 없어 시내버스를 타기로 했다. 현금으로 내고 거스름돈을 받을 수 없다는 정보 외에는 요금도 모른 채 버스를 탔다.
처음 탄 버스에서 요금을 물으니, 어른인 나는 500 크로나 (ISK), 큰 아이는 반값인 250, 막내는 무료라고 한다. 500 크로나와 1,000 크로나 지폐밖에 없다고 하자, 500 크로나만 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 국립박물관에 가려고 한다니, 얼마 후 여기서 내리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기사 아저씨. 아이슬란드어로 된 정류장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내 잘못과 영어에 서툰 기사 아저씨의 친절이 더해져 우리는 엉뚱한 곳에 내리게 되었다. 덕분에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미술관을 세 곳이나 볼 수 있었지만.
두 번째 탄 버스에서는 잔돈이 없어 1,000 크로나를 내겠다니 기사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세 번째 탄 버스에서 1,000 크로나를 내니 기사가 세 명 다 500씩 1,500 크로나를 내라고 한다. 잔돈이 없고 5,000 크로나짜리 지폐밖에 없다고 지갑을 보여줬다. 지갑 안의 한국 지폐를 보더니 다른 지폐는 뭐가 있냐고 묻는다. 한국 돈이라고 하자, 고개와 손을 절레절레 흔들더니 그냥 1,000만 받을 테니 타라고 한다. 아마 유로나 달러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무사히 시내버스를 세 번이나 탔지만, 여전히 우리는 정확한 버스 요금을 알지 못한다. 그저 레이캬비크의 버스 기사들은 기계적이지 않고 몹시 인간적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다음 날이 되어서야 버스요금표를 찾을 수 있었다.
어른 490kr.
12-17세 245kr.
11세 이하 무료
첫 번째 기사는 막내를 11살보다 어린아이로 본 거고, 세 번째 기사 아저씨는 두 아이를 모두 17세 이상 청년으로 보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