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호는 감싸는 게 아니라 울타리를 넓혀 주는 것

비 오는 날 레이캬비크 자전거 여행

by 윤소희
We should have done this yesterday. (이걸 어제 했어야 했는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빌리러 가는 길에 아이들이 한 말이다. 컴컴한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봤던 어제는 마침 화창하게 맑은 날이었으니까. 아이들 말대로 두 계획을 바꿨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문제는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기예보 상에는 매일 비가 예보되어 있고, 날씨는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빌려 떠나고 나니 그제야 비가 멈추고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홀딱 젖은 몸에 바람까지 불어대니 얼마나 추울까. 낯선 여행지에서 아이들만 떼어 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의 계획을 수정해 주고 싶었다. 다른 날로 미루라거나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나가라거나, 그도 아니면 숙소로 돌아가 젖은 옷이라도 갈아입고 출발하라고.




튀어나오려는 온갖 잔소리를 눌러 담고 뚜껑을 닫았다. 대신 손을 흔들어 주며 아이들을 보냈다. 진짜 보호는 감싸 안고 모든 걸 대신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모험해 나갈 수 있도록 내가 친 울타리를 조금씩 넓혀 주는 것이겠지? 그 선택이 비록 내 눈에 어리석어 보일 지라도.




잘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레이캬비크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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