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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l 12. 2022

당신의 책을 들고 다른 '땅끝'에 와 있습니다

<수신인이 없는 편지> - 김슬기

"어디 있습니까, 당신은
...
어디 있습니까"


- 김슬기 <수신인이 없는 편지> 에필로그 중



아이슬란드



나는 '땅끝'에 있습니다.

몇 달 전 당신이 '땅끝'의 바닷물과 흙을 담아 타국에 있는 내게 보내던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당신의 책을 들고 다른 '땅끝'에 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절망과 깊은 슬픔은 울음이 아니라 웃음으로 감지한다. 소리가 비어 있는 웃음. 무언가 황급히 감추는 듯한 웃음. 살아오면서 누구나 몇 번은 봤을만한 그러나 눈치채지 못하면 쉽게 지나치는 웃음이다. 떠올려보면 동생은 웃음으로 슬픔을 잘 덮는 사람이었다. 그런 웃음을 봤던 밤에는 몰래 동생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가서 손을 잡았다. 그런 밤마다 동생이 어렵게 감춘 슬픔을 조용히 들춰봤다. 그 앞에서 나는 쉽게 울었고, 쉽게 슬퍼했다.


- 김슬기 <수신인이 없는 편지> 중


아이슬란드



나는 꽤 괜찮은 연기자입니다. 평생 고난 따위 겪어 본 적 없는 얼굴로 잘 살아갑니다. 그 때문에 어떤 이들의 반감을 사기도 하면서. 웃음 뒤에 덮인 슬픔을 알아채 주는 당신 앞에서라면 어둠을 살짝 꺼내 보여도 좋을 것 같지만, 아마 막상 당신 앞에 서면 여전히 많이 웃을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어둠을 보여주지 않는 이곳의 백야처럼. 아주 밝고 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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