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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an 05. 2023

익숙한 걸 선호하고 새로운 것에 설레지 않는다면 OOO

학교 가는 길. 아이들 뒤를 가만히 따라 걸었다. 9년이나 다니던 학교를 떠나 모든 것이 새로운 학교로 옮겼으니, 아이들은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다양한 자극을 선물하니까.



아이들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를 찾아 매년 몇 명씩 떠날 때, 나나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끊임없이 선택지를 비교하고 뭐가 더 이득일까 고민하는 일에 젬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런 일에 무관심했기 때문이었다. 베이징을 떠나 상하이로 이사하게 되었을 때도 큰 고민 없이 같은 학교로 옮기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답을 듣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 역시 같은 학교로 옮기기를 원했는데, 그 이유가 그 편이 더 쉽고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이다.



군살이 붙으면 운동하기 싫어지듯, 몸집이 불어난 영혼은 새로움을 향해 뛰려 하지 않는다. 

-안광복 <철학으로 휴식하라> 중



변화보다는 익숙한 걸 선호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설레지 않는다면 이미 '고인 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늘 기발한 생각이 넘치던 아이들이 최근 몇 년 친구들 사이에 묻혀 지내는 걸 편하게 여기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동안 다녔던 학교와 여러 면에서 가장 다를 것 같은 학교 한 군데만 지원해 보자고 말했고, 아이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매일 뭐 입을까 고민 없이 편하게 입던 교복도 없다. 스쿨버스 대신 걸어서 학교를 간다. 캠퍼스 크기도 몇 배나 커졌다. 무엇보다 9년 동안 쌓아두었던 인맥이나 평판이 사라져,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분명 한동안은 긴장도 되고 스트레스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천적이 있는 물에서 물고기들이 훨씬 더 건강하게 자라는 것처럼 낯선 자극과 새로움이 주는 스트레스가 아이들을 더욱 건강하게 해 줄 거라 믿는다.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것은 성숙하는 것이고,
성숙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중


낯선 곳에 있을 때 뜻밖에 나 자신이 선명해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할 줄 알면서도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뿐 아니라 나 역시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서 '낯설게 보는 감각'이 많이 무뎌졌다. 아이들만 낯선 환경으로 떠밀어 보낼 게 아니라, 나 역시 안주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조금은 두렵지만 낯선 일에 발을 떼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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