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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l 10. 2023

두근두근 책들의 매치 메이킹_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 윤소희

“책 좀 골라 주세요.”

한 명이라도 독서가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얼른 되묻는다.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세요? 혹시 싫어하는 장르가 있어요?”

“아무 거나 추천해 주세요.”

잠시 긴장한다. 

“그동안 읽었던 책 중 마음에 들었던 책이 없을까요? 한 권이라도 좋으니 얘기해 주세요.”

“그냥 알아서 추천해 주세요.”

이쯤 되면 다리에서 힘이 풀린다. 겨우 책 한 권 추천하는 일로 웬 호들갑인가 싶겠지만, 책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이럴 때 다짜고짜 결혼 상대를 골라달라고 부탁받은 것처럼 난감하다.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 책도 인연이 없으면 읽을 수 없다. 해마다 출간되는 수만 권의 책 중 어떤 책이 내 손에 들어오고 또 마침내 읽히게 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설렌다. 많은 이들이 극찬을 했어도 끝까지 읽기 어려운 책도 있고, 수많은 책들 가운데 어떻게 이런 책을 찾아냈는지 혀를 내두르게 되는 책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놓고 몇 년을 묵히다 어느 날 문득 단숨에 읽게 되는 책도 있다. 숨바꼭질하듯 몸을 숨기다 맞춤한 때에 ‘짠!’ 하고 나타나는 책도 있다. 사람들 사이의 만남이 가지가지이듯 책들과의 인연도 가지각색이다. 어쩌면 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교훈이나 감동이 아니라, 책과의 만남 자체일지 모른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쳐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의 소개로 연인을 만나기도 한다. 책과의 만남도 때로는 누군가의 소개가 필요하다. 나 역시 남의 서재를 늘 기웃거린다. 책에 관해 쓴 책이나 글들을 틈틈이 엿본다. 물론 누군가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책이라고 덥석 사보는 건 아니다. 책이 내게 손짓하거나 말 걸어 주기를 기다린다. 수많은 책 중에 ‘필’이 오는 책은 꼭 있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추천이라는 말보다 소개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책과의 인연을 믿기에 꼭 읽어보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이런 책도 있다고 소개하는 선에서 머물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인스타에서 책 소개 라방을 진행했던 원고를 모아 만들었다. 매일 책을 읽으니 소개할 책은 넘쳤지만, 책 소개를 할 때 두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애썼다. 첫째는 당시 최근에 읽은 책일 것. 둘째는 최소한 두 권 이상의 책을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할 것. 두 번째 원칙 덕분에 책 읽기가 더욱 재미있어졌고, 나는 책들의 매치 메이커가 되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는 겁니다.


(정재승 <열두 발자국> 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전혀 다른 책들 사이에서 연결점을 찾아내는 일, 다양한 책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포인트를 발견하는 일에서 희열을 느꼈다. 예기치 못한 부분이 서로 이어질 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내 세계가 그만큼 확장되었다. 낯선 책들이 만날 때, 평소 데면데면하던 뇌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반짝이기 시작한 것이다. 작곡가가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고려해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듯, 조향사가 다양한 향료의 특성과 조화를 고려해 새로운 향수를 만들어내듯 책들에게 맞춤한 짝을 지어 주었다. 북 매칭은 글쓰기와는 또 다른 창조의 기쁨을 준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책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서점 장바구니를 채우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두근두근,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2023년 여름, 상하이에서 






두근두근 책들의 매치 메이킹!

다독가들이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던 비밀이 공개됩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7.20 경부터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 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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