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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l 17. 2023

7월 17일, Firgun Day를 아시나요?

<옥스퍼드 오늘의 단어 책> - 수지 덴트

시기와 질투를 드러내는 말은 흔하다. 일본어에도, 프랑스어에도, 러시아어에도, 독일어와 영어에도, 그리스어와 로마어에도,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은근한 기쁨을 뜻하는 단어들이 있다. 시기를 드러내는 말은 이토록 깊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반대로 남의 성공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걸 표현하는 단어는 매우 드물다.


<옥스퍼드 오늘의 단어 책>에서 'firgun'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났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느끼는 이타적인 기쁨을 의미한다. 정확히 번역하는 게 쉽지 않은데, 부정적인 감정이 없고 너그러운 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단어는 꽤 최근에 생긴 단어다. 1970년대에야 생겨난 히브리어 단어라고 한다. 


누군가 잘 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순수하게 기뻐해본 적이 얼마나 될까. 아주 가깝게 지내고 친했던 사람들의 성공을 축하하고 기뻐한 적은 있지만, 동시에 못난 나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씁쓸했던 기억이 많다. 남과 비교하는 건 이제는 거의 반사작용에 가까울 정도로 몸에 밴 나쁜 버릇이다. 그 버릇 때문에 타인의 성공과 기쁨을 순수하게 기뻐하기가 힘들다. '왜 나는 이 모양이지?'라는 쓰디쓴 질문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성공한 남과의 비교를 통해 못난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라도 하면 다행이겠지만, 심술 낸 보람도 없이 대부분 그런 비교는 자기혐오와 자존감 상실로 이어질 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타인의 성공을 보고 감탄하고 칭찬하며 기뻐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남이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쁨을 느낀 사람은 그 사람의 좋은 행동을 배울 가능성이 훨씬 높다. 남을 칭찬하고 남이 잘하는 걸 보고 감탄하며 성공을 함께 기뻐했을 뿐인데, 그게 자기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7월 17일, 우리나라는 제헌절이지만, 국제적으로는 'Firgun day'라고 한다. 오늘만큼은 다른 의도 없이 다른 사람을 칭찬하자고 만든 날이다. firgun이라는 단어도, 'Firgun day'도 몹시 낯설지만, 여기저기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남의 행복이나 성공을 시기하며 스스로를 고통에 빠뜨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오늘 만이라도 맘껏 남을 칭찬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기뻐하며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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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누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2023.7.20 출간 예정)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https://link.inpock.co.kr/sohee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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