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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흔 Feb 01. 2024

얘들아 반가워!

첫 담임, 드디어 시작


"벌써 9시예요? 아이고 미치겠네."



부지런히 인쇄된 아기자기한 자기소개서 뭉치를 들고, 밖에서 기다리는 전입생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앞으로 1년간 수도 없이 오르내리게 될 계단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안 계심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티브이를 켜고 시업식 방송을 보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말씀에도 박수를 치고, 담임선생님의 성함 소개에 시키지도 않았던 환영의 박수를 치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수도 없이 상상했던 시간이었다. 수많은 낯선 눈동자 앞에서 인사하는 것은 작년과 같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달랐다. 교과 선생님이 아닌 담임 선생님으로서의 인사였으니까.



처음에는 기강을 잡아야 하니 웃어주지 말라던 수많은 엄마오리 선생님들의 충고가 무색하게도, 나는 또다시 아이들을 보고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명렬표를 보고 부르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며 호기심 가득한 눈을 보이던 아이들을 어떻게 무미건조하게 볼 수 있을까.



"자,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의입니다."



인사 잘하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던 담임 선생님께 가장 먼저 얘기하기, 거짓말하지 않기. 이 모든 것들이 예의라고. 그 예의를 갖춘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자, 필통 가져왔죠? 요것만 좀 작성해 볼까요?"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적여 열심히 만든 자기소개서였다. 아이들은 색다르게 생긴 자기소개서가 재미있는지 받아 들자마자 펜을 꺼냈다.



자신의 뇌구조에 공부와 친구들, 게임과 농구, 플라잉요가와 피아노에 졸리다와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까지 꾹꾹 채워 넣는 아이들. 자신을 춤추게 하는 말과 슬프게 하는 말을 정성껏 적어 내려 가고, 옆자리 친구와 서로 인사하며 첫인상을 나누며 빈칸을 채워갔다.



처음 보는 내게도 MZ세대 같다며 귀엽다고 신이 나서 적어놓은 글들을 보고 있자니 말 못 할 귀여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쩜 이토록 답들이 모두 사랑스러운지.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계세요!"



작은 고개를 꾸벅 인사하며 나가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설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올해 이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 줄 준비가 되어있구나라는 것을.




첫 담임을 하게 되었다. 분명히 첫 해의 각오와 마음가짐과는 또 다른 내가 아이들 앞에 서게 되었다.



이 한 해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을까. 얼마나 힘들고 당황스럽고 놀라는 일들이 생길까. 그리고 얼마나 감동적이고 행복한 일들이 생길까. 그런 일들이 지나간 후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수많은 물음표가 교실을 나서는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아직은 낯선 교실,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작년의 많은 엄마오리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배우지 않았는가. 또한 작년의 많은 아이들의 응원이 나를 버티게 해주고 있지 않는가. 이 모든 것들이 올해의 아이들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많은 실수가 있고,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이 한 해가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해의 기억처럼, 첫 담임의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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